모든 것이 뒤엉켜있다. 가자 사태는 분명 하마스의 만행으로 시작되었다. 자위권을 가진 이스라엘의 반격이 잇따랐다. 그런데 비례 보복을 넘어서는 응징으로 이스라엘이 욕을 먹고 있다. 출구 전략도 불분명하다. 가자지구를 소탕한다고 해도, 이후 누가 어떻게 이 지역을 관할할지 답이 없다. 일단 왜 이 사태가 지금 일어났는지조차도 의견이 분분하다. 총체적 난국이다. 상황을 가늠할 수 없을 때, 라틴어 질문 ‘퀴 보노(Cui bono)’가 때론 유용하다. ‘누구에게 이익인가?’

그래픽=김현국

먼저 현장을 보자. 이스라엘은 공격을 받고도 가해자 이미지가 쓰고 있다. 하마스 제거 작전으로 가자 주민들의 피해가 늘어가면서 공들여 수교한 아랍 국가의 반발이 이어지는 중이다. 심지어 우방국 미국에서도 반이스라엘 정서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AP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 58%가 이스라엘이 과잉 대응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응답자의 44%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과도하게 기울어 있다고 답했다. 이례적이다. 유엔 총회 결의안에서 보듯 국제 여론도 이스라엘에서 돌아섰다. 응징할수록 외교적 손실과 안보 위협을 겪는 역설적 상황이다. 국내 정치의 분열상도 만만찮다. 내각도 조율이 안 된다. 가자지구 핵 공격 운운하는 각료까지 나와 비난을 샀다. 상황 종료 후 정보 실패의 책임을 네타냐후 정부에 물어야 한다는 국민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그렇다면 하마스의 이번 도발이 팔레스타인에는 이익일까? 전혀 아니다. 하마스는 존재감을 높이고 전과를 자랑할지 모른다. 그러나 1만1000명 가까운 팔레스타인 주민이 죽었다. 백성의 죽음을 담보로 얻는 정치 세력의 이익은 없다. 어불성설이다. 주변 아랍 국가들의 지지를 회복했다고? 그렇지 않다. 아랍은 팔레스타인 대의를 말하며 이스라엘을 비난하지만 정작 자기 국경을 열어 난민을 받아들일 의지는 없다. 팔레스타인 독립도 요원해졌다.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이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2005년 가자에서 정착촌 내어주고 철수했더니 하마스의 공격 기지가 되었다고 믿는다. 벌써 서안지구 전체를 이스라엘 영토로 하겠다는 정착민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서안지구의 온건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둘째, 중동 차원서 보자. 가자 사태는 명백히 이란의 이익이고, 사우디에는 손해다.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해 미국에서 얻어내고 싶은 것이 많았다. 원전 기술과 안보 공약 등을 미국에서 받아 사우디의 위상을 바꾸려 했다. 왕세자는 가자 사태 3주 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양국이) 날로 가까워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일거에 날아갔다. 무엇보다 가자지구는 왕세자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네옴시티 현장과 가깝다. 여파가 작지 않다. 해외 투자 유치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아랍의 맏형을 자처하는 사우디로서는 이번 사안에서 팔레스타인 편을 들 수밖에 없다. 왕세자의 심기는 더욱 불편할 것이다.

이란은 극적으로 판을 뒤집었다. 수세에서 공세로 바뀌었다. 그동안 중동 지역 패권 경쟁의 주도권은 라이벌인 사우디가 잡고 있었다. 강대국 경쟁의 틈에서, 빈살만 왕세자는 미·중·러를 넘나들며 공세적 게임을 해 왔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고강도 제재를 피해 중·러의 하부 구조에 편입되는 분위기였다. 특히 최근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분위기는 이란에 최악 상황이었다. 성사된다면 이스라엘이 전선을 이란 코앞으로 밀고 들어오는 셈이 된다. 이란 내 핵 시설이 이스라엘의 무력 공격을 당할 형국이다. 하마스의 공격은 이란의 이 악몽을 막았다. 여기에 이란은 외교적 지렛대를 과시했다. 하마스, 헤즈볼라, 이맘 후세인 여단, 후티 반군 등 역내 무장 정파에 대한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입지는 순식간에 높아졌다. 테헤란의 막후 연관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셋째, 글로벌 차원, 즉 강대국 경쟁 시각에서 보자. 유불리가 명확히 갈린다. 러시아에 유리하고 미국에 불리한 사안이다. 좀 더 과감히 말하면 푸틴의 승리, 바이든의 패배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쏠렸던 국제사회의 관심이 확연히 떨어졌고 러시아는 한숨 돌렸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존재감은 급감하고 푸틴 대통령은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러시아는 이란을 통해 하마스와 헤즈볼라 및 시리아 내 시아파 민병대에 대한 간접적 영향력 행사도 가능하다. 중국에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 틈이 벌어질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곤경에 처했다. 임기 초 아프가니스탄 카불 철군의 지옥도로 타격을 입었다. 무슨 악연인지 임기 막판은 가자의 지옥도로 마무리할지 모른다. 중동 정책은 실패를 거듭했다. 공언한 이란 핵 합의 복원은 실패했고, 아브라함 협정은 한 발도 못 나갔다. 사우디 왕세자와 관계가 나빠져 중국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이스라엘 정치의 극우화에 속수무책이었고 이번 사태에서도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만에 하나 트럼프와 내년 선거에서 만난다면 적어도 중동 문제에서만큼은 바이든의 약점이 선명하게 드러날 판이다. 무엇보다 중동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떻게 해서든 중동의 이 상황을 진정할 과감한 지도력을 미국이 보여주어야만 대외 전략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손익은 나라별로 갈리지만 핵심은 이란으로 수렴한다. 이 글은 영국 국제문제연구소(IISS)와 바레인 왕실이 주최하는 중동 안보 대화(마나마 다이알로그) 회의장에서 쓰고 있다. 도착 전날 공지가 떴다. 개회식에 앞서 긴급 세션 ‘이란을 어떻게 억제하고 관여시킬 것인가’를 개최한다는 소식이었다. 오랫동안 참여해 온 회의지만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국제사회는 알고 있다. 가자 사태를 해결하려면 하마스 제거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결국 압박이든 설득이든 어떻게 해서라도 이란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