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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날레토, 두칼레궁과 산마르코 광장, 1755년경, 캔버스에 유채, 51 x 83 cm,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소장.

베네치아 화가 카날레토(Canaletto·1697~1768)의 사진 같은 풍경화다. 그의 본명은 ‘조반니 안토니오 카날’인데 화가였던 부친 베르나르도 카날 아래서 도제 생활을 하면서 ‘카날레토,’ 즉 ‘작은 카날’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베르나르도는 오페라의 무대 배경 전문 화가였다. 부친과 함께 무대에서 일하던 카날레토는 건물 내외부는 물론 풍경을 실제처럼 똑같이 그려내는 데 뛰어났지만, 극작가의 ‘갑질’을 견디지 못하고 영영 극장을 떠나 풍경화가가 됐다.

마침 영국 귀족들 사이에서 고대 문명의 발상지 이탈리아를 장기간 여행하는 ‘그랜드 투어’가 크게 유행했다. 오늘날 해외로 여행을 가면 사진 수천 장을 찍어 오지만, 당시에는 여행지의 이국적 풍광을 오래도록 간직할 방법이 풍경화뿐이었다. 따라서 경관을 세밀하게 묘사하되 구도는 더 장엄하게 수정한 풍경화 ‘베두타’ 수요가 폭증했는데, 카날레토가 바로 베두타에 능했다.

배들이 바삐 오고 가는 운하 너머로, 종탑과 산마르코 대성당, 두칼레궁 등 베네치아의 대표 아이콘들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명암 대비가 뚜렷한 건물 외벽에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두 눈에 들어오고, 배 위에 위태롭게 서서 밧줄을 매는 선원이 현장감을 더해준다. 카날레토는 실제 장소에서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같은 장면을 여럿 그렸어도, 계절에 따라 운하의 수위가 조금씩 다르다.

그는 런던에서도 활동했는데, 인기가 많으니 돈이 있어도 작품을 사기 어려웠다. 이에 불만을 품은 이들은 카날레토가 진짜 화가가 아니라는 소문을 냈다. 그는 관객들 앞에서 직접 그림을 그려 보였지만 구설이 쉽게 사라지진 않았다. 유명세를 호되게 치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