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의 습격으로 종말을 맞이한 지구. 몇몇 인간은 끈질기게 버텨내 서로를 가족 삼아 살아간다. 넷이서 한 가족처럼 살고 있는 탤러해시 일행. 가장 나이가 어린 십 대 소녀 리틀록은 늘 바깥세상이 궁금하지만 아빠 같은 탤러해시는 절대로 외출을 용납하지 않는다. “난 남친도 못 찾고 결혼도 못 하고 가정도 못 꾸려요(I’m never gonna find a boyfriend or get married, have a family)?” 오늘은 리틀록이 폭발했다. 탤러해시가 담담하게 답한다. “우리가 네 가족이야. 셋 중 하나 이뤘으면 괜찮지 않아(We’re your family. So, one out of three ain’t bad)?” 영화 ‘좀비랜드: 더블 탭(Zombieland: Double Tap·2019·사진)’은 이렇게 시작한다.
결국 참다 못해 탤러해시(우디 해럴슨 분)의 트럭을 훔쳐 언니와 달아난 리틀록(애비게일 브래스린 분). 리틀록은 어딘지 모르게 찜찜함을 느끼지만 언니인 위치타(에마 스톤 분)는 이 망해버린 세상에서 사람을 배신하는 건 상식이라며 리틀록을 두둔한다. “탤러해시도 정 주면 안 된다는 교훈은 배웠겠지. 정 주지 마라, 기억 안 나(Well, he should learn to not get so attached. Never get attached, remember)?” 위치타에게 청혼까지 했던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 분)는 더 처참해진다.
탤러해시도 콜럼버스도 겉으로는 트럭을 훔쳐 달아난 자매에게 화를 내는 것 같지만 아직도 그들을 걱정한다. 다시 떠난 여행길에서 우연히 위기에 처한 그들을 만난 탤러해시와 콜럼버스. 미움보다 반가움이 앞선다. 힘을 모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난 이들은 깨닫는다. “집은 장소가 아니라 너와 함께 있는 사람들이다(Home’s not a place, it’s the people you’re w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