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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요즘은 거의 옛날 노래만 듣는다. 사람 귀는 다른 감각보다 빠르게 노화한다.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 들었던 노래만 듣게 된다. 대부분 노래는 사랑이 주제다. 우리가 가장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나이는 10대와 20대다. 나이가 들어도 그 시절 사랑을 염원하는 우리는 그 시절 노래만 주야장천 들을 수밖에 없다. 주야장천이라는 사자성어를 쓰다니 역시 옛날 사람이다.

옛날 노래는 사라지듯 끝이 난다. 애절한 코러스가 서서히 볼륨을 줄이며 멀어져간다. 운치 있는 마무리다. 요즘 노래는 그렇지 않다. 단호하다. 사랑이고 이별이고 명확하게 끝을 내라 선언하듯 끝이 난다. 이건 노래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 트렌드와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요즘 히트곡은 3분을 잘 넘어가지 않는다. 지금 빌보드 1위인 잭 할로의 ‘Lovin On Me’는 2분 13초다. 한국 아이돌 신곡도 비슷하다. 여자아이들 ‘Super Lady’는 2분 28초다. 르세라핌 ‘Easy’는 2분 42초다. 이제 좀 들을 만하다 싶으면 끝이다. 매몰차다.

이유는 있다. 틱톡 같은 동영상 ‘쇼츠’가 중요한 홍보 수단이 된 탓이다. 짧은 노래일수록 반복해서 듣는 경향이 있어 스트리밍으로 돈 벌기도 이롭다. 그래도 모든 노래가 짧아야 좋은 건 아니다. 시간을 들여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가야 하는 노래도 있다. 그러려면 적어도 3분은 필요하다. 여자아이들과 르세라핌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기억할지는 모르겠다만 옛날 가수 블랙핑크 노래는 그랬다.

모든 것은 짧아진다. 노래만 그런 것도 아니다. 동영상도 짧아진다. 글도 짧아진다. 이 칼럼 양은 천 자 정도다. ‘조선일보’서 가장 짧은 축에 속한다. 10년 뒤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백 자 안에 모든 것을 욱여넣어야 할 것이다. 유머랍시고 늘어놓는 별 볼일 없는 문장만 삭제하면 될 일이니 큰 문제는 아니다. 유행하는 쇼츠 스타일로 고치면 더 좋겠다. 그럼 이 글 첫 문장은 이렇게 바꾸어야 한다. 아재 옛날 노래 썰 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