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기모토 히로시, 부처의 바다, 1995년, 젤라틴실버프린트, 가변크기, 개인소장.


사진이란 영원을 위해 찰나에 집중하는 예술이다. 일반적으로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속도는 125분의 1초. 그 사이 사물에서 반사된 빛이 필름에 박히면 그 순간 모습만큼은 오랫동안 두고 볼 수 있다. 사라지는 것들을 간직하고픈 욕망이 빚은 기술이 카메라라면, 일본 출신 사진가 스기모토 히로시(杉本博司·1948~)의 ‘부처의 바다’는 고통 없는 삶을 갈구하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스기모토는 12세기에 창건한 교토의 사찰 본당 산주산겐도(三十三間堂)에 안치된 관세음보살상 1001기를 여러 사진에 담았다. 관세음보살은 이미 성불(成佛)했으나 자비로운 마음으로 중생을 구제하고자 보살이 되어 다시 세상에 내려왔다. 글자 그대로 서른세 칸으로 길이가 122미터나 되는 일본 최대 목조건물에는 본존인 천수관음좌상을 중심으로 양옆에 각각 천수관음 입상 500기가 늘어서 있다. ‘천수(千手)’라고는 하나 실제로는 두 팔 이외에 팔이 40개 더 있는데, 한 팔로 스물다섯 세상을 구하고, 열한 얼굴로 세상 곳곳의 중생을 놓치지 않고 보살피신다고 한다. 여기에만 관세음보살의 팔 약 100만 개와 관세음보살의 얼굴 약 1만1000개가 있으니 적어도 이번 생만큼은 안심해도 되겠다.

스기모토는 사진 촬영을 허락받는 데만 7년 세월을 썼다. 촬영하는 날, 그는 인공 조명을 모두 끄고, 모든 보살의 얼굴이 다 보이도록 카메라를 높이 설치하고, 동이 트기를 기다려 어스름한 아침 햇빛이 불투명한 창으로 들어올 때 노출을 길게 해 이토록 장엄한 사진을 찍었다. 관음보살은 모두 다른 얼굴이라 그 가운데 그리운 이의 모습이 반드시 있다고들 한다. 보고 싶지만, 지금은 없는 이를 보여주는 일처럼 큰 자비가 있을까.

우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