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이러다 망하는 것 아니냐!’ 하는 걱정이 많다. 망하지 않는다. 한국의 국운(國運)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출렁거림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운이 상승세이다. ‘운(運)’이라고 하는 분야에 대한 나의 40년 탐색의 결론이다.

여기에 오기까지 조선 팔도의 명당과 기도터를 김밥 싸서 보따리 메고 다니면서 훑어보았다. 어떤 때는 백운산 기도터의 바위 절벽에서 미끄러져 크게 다칠 뻔한 수업료도 냈다. 내 뒤에는 소태산이 있고, 강증산이 있고, 김일부 선생이 있다. 더 올라가니까 구약성경도 있다. 바빌론에 잡혀가서 노예 생활을 했던 유대 민족이나 한민족이나 팔자가 비슷하다.

1910년 나라가 망하자 구례에 살았던 선비 매천 황현(1855-1910)은 ‘難作人間識字人(지식인 노릇하기 정말 어렵구나)’이라는 절명시를 남겨 놓고 자결했다. 매천의 순절은 유교적 가치관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유교적 가치관을 벗어난 다른 세계관도 있었다. 1894년 공주 우금치 전투 패배 이후로 일본군 토벌대에 쫓겨 모악산에 숨어들었던 청년 강증산. 모악산 대원사의 산신각에서 7일 동안의 금식 기도를 하면서 ‘하늘이여 나에게 권능(權能)을 주시라’고 목숨 건 기도를 하여 결국 계시를 받은 강증산(1871-1909). 그는 일본의 침략을 보면서 ‘일본은 새경(품삯)도 못 받고 결국 돌아갈 것이다. 후천개벽(後天開闢)이 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예언을 남겼다.

후천개벽은 한국의 운세가 잉어가 변해서 용이 된다는 ‘어변성룡(魚變成龍)’의 국운을 가리킨다. 앞으로 한국은 용이 된다는 예언이었다. 소태산 박중빈(1891-1943)은 ‘앞으로 우리가 도덕의 부모국이요, 정신의 지도국이 된다’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엄청 높아진다는 메시지였다. 물론 제자들 가운데는 여기에 대하여 의심이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말이다. 소태산은 ‘조선이 갱조선(更朝鮮) 된다’는 말도 남겼다. 조선이 껍질을 벗고 다시 태어난다.

후천개벽과 어변성룡의 뒷배경에는 김일부(1826-1898)의 ‘정역(正易)’이 있다. 지축(地軸)이 변화함으로써 북극의 얼음이 녹고 한국이 아시아의 중심 국가가 된다는 예언이다. 어려서 보천교와 정역의 세례를 받았던 탄허 스님은 수미도치(首尾倒置)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예언했다. ‘갑이 을이 되고 을이 갑 된다’고 해석한다. 그동안 을이었던 국민의 의식 수준이 갑으로 바뀌어서 정변(政變)에 흔들리지 않는 나라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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