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에 만든 영상이나 영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흑백에 낮은 해상도, 그리고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사람들. 한 국가를 다스리던 왕이든, 대통령이든, 세계 최고 유명 배우든, 모두 진짜 사람이 아닌 인형이나 만화 캐릭터 같아 보인다.
그렇다면 20세기 이전 사람들은 어떨까? 대부분 그림으로도 남아있지 않은 중세 사람들, 이름조차도 남지 않은 신석기시대 사람들…. 하지만 그들도 분명히 자식을 걱정하고, 더 멋진 미래를 희망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던–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평범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단, 그들 얼굴을 더 이상 볼 수 없고, 그들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기에, 우리에겐 역사책 한 줄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20세기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그리고 휴대폰의 등장은 모든 걸 바꾸어 놓았다. 평범한 일반인들의 얼굴과 목소리, 기쁨과 슬픔, 그리고 희망과 꿈 모두 기록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더구나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 서비스로 자신의 모습과 영상을 이 세상 모든 사람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지 30년 지난 오늘날. 우리는 신기한 점을 하나 깨닫는다. 바로 20년, 30년 전 사람들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 말이다. 물론 패션이 변하고 그동안 기술이 발달했지만, 분명히 그들은 인형이나 만화 캐릭터가 아닌 사람들이었다.
멀지 않은 미래엔 단순한 영상을 넘어 3차원 홀로그램으로 기록될 우리의 모습. 거기다 ‘브레인 리딩’ 기술까지 도입되면 생각, 기억, 그리고 느낌까지도 기록해 놓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500년, 1000년 후 먼 미래 인류와 인공지능은 21세기 우리 모습과 목소리, 그리고 기억과 느낌을 재생하며 어떤 생각을 할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미개하고 혼란스러웠던 21세기 인간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었다며, 지금 이 시대를 살아야 하는 우리에 대한 연민을 먼 미래 인류가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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