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로 마음고생을 했던 배우의 인터뷰 영상을 보았다. 내용은 지인에게 괴로움을 호소하니 하루에 좋았던 기억 10개 정도를 적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행복 일기’가 긍정성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사실 요즘 우리 마음은 그런 일기를 쓰라는 말 자체에 짜증이 더 나지 않을까 싶다.
하여튼 그 배우는 행복 일기를 써 보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당황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인에게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지인의 답변이 “오늘 날씨가 좋은 것도 감사하고, 굶지 않고 밥을 먹은 것도 감사하고, 반려견도 감사한 것 아니냐”라고 하는데 ‘아 그렇구나’ 하는 자각이 찾아왔다고 한다. 이후 수년간 행복 일기를 이어갔다고 한다.
새해 효과가 사라진 듯하다. 더 무기력하다는 사람도 많다. 이럴 때 ‘과거, 현재, 미래 중 중요한 하나를 선택한다면 언제일까요?’란 질문을 종종 던진다. 제일 많이 나오는 답변은 현재인데 일리가 있다. 오늘의 내 삶에 몰입하고 만족할 수 있고 그런 오늘이 쌓여간다면 만족스러운 인생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현재, 미래, 그리고 과거는 네트워킹하면서 서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미래 불안이 가득하고 미래에 대한 관점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현재의 삶에 몰입과 만족이 충분히 일어나기 쉽지 않다. 미래를 다른 말로 바꾼다면 회복 탄력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긍정적 관점’이다. 긍정적 관점은 모든 것을 다 낙천적으로 보자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위기 관리가 필요한 일에는 불안 시그널이 증가해야 하고 속상한 일이 있으면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그런 어두운 상황에서도 단 ‘1도’만큼이라도 미래에 대한 관점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관점 전환이 중요하다. 사실 관점은 하루에도 부정과 긍정 사이에서 요동친다. 그런 불안정성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면 과거 관리가 중요하다.
과거를 다른 말로 바꾼다면 기억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해, 내일도 똑같고, 왜 이 세대에 태어난 걸까’ 식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를 마감하는 ‘마무리 감정’을 이런 식으로 마감하면 기억이 부정적으로 쌓이고 그 기억 위에 놓인 미래에 대한 관점도 나도 모르게 부정적으로 틀어지게 된다.
억지로 감정과 생각을 행복하게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평가’는 해주자는 것이다. ‘왜 이렇게 힘들었는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가 나름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며 꼭 안아 주는 하루의 마무리가 중요하다. ‘너무 좋다’는 아니라도 ‘나쁘진 않은’ 오늘 하루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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