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요리(料理)라는 단어는 뭔가를 이치에 맞게 다룬다는 뜻의 동사로 읽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덧 먹고 마시는 음식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았다. 일본어 영향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제는 중국 음식을 중국요리나 중화요리라고 곧잘 부른다.

중국인들이 ‘음식 만들기’를 지칭할 때 즐겨 쓰는 단어 하나는 팽조(烹調)다. 익히고[烹熟] 맛내는[調味] 두 행위의 종합이다. 팽임(烹飪)이라는 단어도 일반적인 뜻의 ‘음식 만들기’지만 두 글자 모두 ‘익히다’라는 의미다.

훌륭하게 만든 음식은 고량(膏粱)으로 적기도 했다. 앞은 기름진 고기, 뒤는 맛좋은 밥의 뜻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성어가 고량자제(膏梁子弟)다. 좋은 집에서 태어나 기름진 음식을 먹고 자라는 부잣집 아이다.

이제 중국요리에는 흔히 채(菜)라는 글자가 붙는다. 그러나 본래 뜻은 채소로 만든 음식을 가리켰다. 고기를 넣지 않은 요리라는 뜻이다. 그러나 요즘 중국은 반(飯)과 섞어서 ‘반채(飯菜)’라고 한다. 먹는 밥과 요리의 통칭이다.

우리가 잘 쓰는 말은 반찬(飯饌)이다. 앞의 ‘반채’와 같은 뜻이다. ‘채’에 해당하는 다른 글자는 효(肴), 진(珍), 수(羞) 등이 있다. 진수성찬(珍羞盛饌)이라는 성어는 우리가 곧잘 쓴다. 미효(美肴), 가효(佳肴), 주효(酒肴) 등은 술안주다.

중국음식을 이야기할 때는 산해진미(山海珍味)라는 말을 곧장 떠올린다. 땅과 물에서 나는 재료로 화려하고 장중하게 차린 음식이다. 손님을 접대하는 자리에 늘 따라다니는 수식이다. 심한 경우는 용간봉수(龍肝鳳髓)라고도 한다.

용의 간, 봉황의 골수라는 뜻이다. 접대 문화가 매우 발달한 중국다운 과장이다. 그런 호들갑에 이제는 불량한 식재료가 판쳐 큰 문제다. ‘거짓’이 횡행하면서 중국음식의 명성이 망가진다. 국제사회에서 외면당하는 요즘 중국의 처지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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