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쟁이들이 자주 맛보는 것이 있다. 그림의 떡. 국경일, 기념일 같은 ‘빨간날’ 말이다. 여전히 신문 읽어주는 독자가 많으니, 쉬지 못한다고 싫어할 수 없는 그 맛. 좀 떫을 때도 있다. 잊을 만하면 생기는 임시 공휴일이 그렇다. 몇몇 이유로 27일을 잡은 모양인데. 아무튼 싸늘한 경기(景氣)에 여리나마 불을 지피는 재미(성과나 보람)라도 있어야 할 텐데.
‘아무튼’은 다른 뜻으로 재미있는 말이다. 형용사 ‘아무러하다’에 어미 ‘든’이 붙은 ‘아무러하든’이 ‘아무렇든’으로 줄고, 다시 ‘아무튼’으로 줄어 아예 부사가 됐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심지어 더 줄인 ‘암튼’까지 표제어로 올려 놓았다. 다섯 음절(音節)을 두 음절까지 줄일 수 있다니.
뜻이 같은 말이 많기로도 ‘아무튼’은 재미있다. ‘어쨌든’ ‘어떻든’ ‘여하(如何)튼’ ‘하여튼’에 ‘여하간’ ‘하여간’ ‘좌우간’까지. 앞의 네 낱말은 본딧말(’어찌하였든’ ‘어떠하든’ ‘여하하든’ ‘하여하든’)이 줄어 부사가 되었다는 점이 같다. 한데 비슷한 구조여도 ‘든’ ‘튼’이 뒤섞여 헷갈리기 십상. 한글 맞춤법은 용언의 활용형이 부사로 굳었으면 원형이 드러나는 ‘아뭏든’이 아니라 ‘아무튼’처럼 적으라고 한다(제40항 해설). ‘하여튼’도 그래서 ‘하옇든’으로 적지 않는다는 것. ‘어떻든’은 같은 부사지만 표기가 ‘어떠튼’으로 굳지 않았다고 본다.
‘이렇든, 저렇든, 그렇든’은 그럼? 용언의 활용형일 뿐, 부사로 바뀐 말이 아니기에 ‘이러튼, 저러튼, 그러튼’으로 적지 않는다. 사사로운 대화체에서 흔히 쓰는 ‘글케(←그렇게)’ ‘어떠케(←어떡해←어떻게 해)’ 따위는 올바르지 못한 표기인데…. ‘아무튼’을 줄인 ‘암튼’도 인정받는 판에 어찌 될지 모를 일이다.
이번 설에 조선일보는 28~30일 신문을 내지 않는단다. 31일이 임시 공휴일이어도 그림의 떡이긴 매한가지. 그저 하루씩 뒤로 잡혔더라면 격주(隔週) 연재도 버거운 이 알량한 글을 건너뛸 수 있으련만. 꿀떡 한 줌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