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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도 떠나고, 인적 끊긴 얼어붙은 산골짜기엔 강추위와 검은 밤과 별빛만 남았다. 고요함만이 깊어지는데, 한 형제가 상의할 것이 있다고 내게 왔다.

“무슨 일?” “법원에서 지급 명령 통지서가 왔어요. 압류 후속 조치 통보입니다. 오래된 휴대전화 미납 요금입니다. 130여 만원입니다.” “어떻게 할래요?” “갚겠습니다!” “갚아야지! 빚지고 떳떳하게 살 수야 없지. 스스로 자립 기금 모은 것이 있으니, 거기서 갚도록 하세요.”

나는 몇 해 전 그의 벌금을 대납해서 구치소에서 나오게 했다. 하지만 이젠 옛 생활 완전 청산하고 새사람으로 살고 있으니, 본인이 갚도록 했다. “죄는 회개하고, 빚은 갚는 게 도리지! 또 스스로 해결해야 떳떳하고 당당해질 수 있으니 본인 것으로 오늘 밤에 다 처리합시다.”

이어서 내가 물었다. “더 남은 것은 없나요? 과거가 발목 잡지 못하게 다 끊어냅시다.” “더 있습니다. 200여 만원 빌린 겁니다.” “당신이 저축해 놓은 돈이 더 있으니, 바로 처리합시다.” “예!” “세상에 와서 살면서 빚지는 것과 죄짓고 사는 것이 제일 무거운 짐이니 벗어야 해요. 신세 진 것이 있으면 갚아야 하고, 갚으려 애를 써도 갚을 능력이 없으면 그를 위해서 기도라도 해줘야지. 그게 최소한의 인간 도리가 아니겠나? 진심이라면 주께서 갚아 주시겠지요. 그리하면 당당하고 겸손하게 그리고 고요히 제 길을 가겠지요!”

이튿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차담을 위해 모였다. 이는 공동체의 일상이다. 먼 산은 새하얀 외투를 입고, 산 위엔 시퍼런 하늘이 정신 나게 한다. 화목 난로는 뜨겁게 살아서 열기를 내뿜는다. 한 형제 한 형제에게 물었다. “빚진 것 있어요?” 많이 빚진 이도 있었다. “갚읍시다. 사업의 실패나 도박으로 진 빚도 갚아야 합니다. 신세 진 것도 있으면 갚아야지요. 왜 남들에게 의존하며 사나요? 두 발로 대지를 힘 있게 딛고 떳떳하게 살아야지요. 한 번뿐인 인생 사는데, 후회 없이 당당하고 겸손하게, 고요히 제 길을 가야지요. 목숨 주신 분께도 감사하며! 그러다 눈을 감는 날 눈을 뜨면 천국이 되겠지요!”

우리 산마루 공동체 건축 공사 때마다 도와주시는 장로님 생각이 났다. 그분은 외환 위기 때 굴지의 제철 회사가 부도로 넘어가 덩달아 파산하고 말았다. 다 정리하고 나니 빚이 18억원이었다. 새벽 기도 중에 주께서 말씀하셨다. “빚을 다 갚도록 하라!”

그는 그날 저녁 가족 기도회를 열었다. 부도 난 소식을 비로소 가족에게 알렸다. “주께서 빚을 갚으라 하시니, 갚아야 한다. 너희 셋은 한 학기는 돈을 벌고, 한 학기는 공부해서라도 대학을 마쳐라.” 세 자녀는 그리했다. 아내는 새벽 2시, 4시 찜질방 두 곳 청소를 하며 살림을 꾸렸다. 그리고 10년 만에 모두 갚았다. 장로님은 말씀하셨다. “그때에 내게 일이 끊어지지 않았어요. 일이 없던 때니 기적이지요. 그 사이 아이들은 대학 마치고, 좋은 믿음에 좋은 직장에서 잘 살고 있더군요. 생각도 못 했던 복을 누리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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