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 ‘커피’가 붙지만 아이리시 커피는 위스키가 첨가된 칵테일로 분류된다. 그 기원에 관해서 몇 가지 설이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은 1942년 아일랜드의 서쪽에 위치한 섀넌 공항(Shannon Airport)에서의 탄생설이다. 당시 공항 식당 겸 카페의 셰프였던 조 셰리든(Joe Sheridan)은 날씨 때문에 자주 회항하던 비행기의 승객들을 위해서 따듯한 커피에 아이리시 위스키를 타주기 시작했다. 승객이 맛이 좋다며 “이거 브라질 커피냐?”라고 묻자 “아이리시 커피다”라고 답하면서 그 명칭이 생겼다. 온몸을 따듯하게 감싸주는 이 음료는 사람들이 섀넌 공항에 들를 때면 꼭 마시는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여행 담당 기자로 일하던 스탠턴 델라플레인(Stanton Delaplane)이 섀넌공항에서 맛본 아이리시 커피를 샌프란시스코의 부에나 비스타 카페(Buena Vista Cafe)에 소개했다. 카페 주인은 1952년 11월 10일부터 새 메뉴로 손님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원래 아이리시 커피를 탄생시켰던 조 셰리든이 후에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부에나 비스타 카페에서 일을 했다는 사실이다. “내가 경험한 가장 추운 겨울은 샌프란시스코의 여름이었다”는 마크 트웨인의 표현처럼 찬 바람이 불고 비가 부슬부슬 오는 샌프란시스코의 날씨는 아이리시 커피에 최적의 환경이었고, 이후 미 전역의 호텔과 바로 유행했다.
“오로지 아이리시 커피만이 유리잔 하나에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4가지 영양 요소, 즉 알코올, 커피, 당, 그리고 지방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표현처럼 아이리시 위스키와 커피, 흑설탕과 휘핑 크림의 조합은 매우 절묘하다. 잔의 윗부분을 덮은 크림을 숟가락으로 젓지 말고 차분하게 입술로 밀어내며 그 밑에서 목구멍으로 흘러 들어오는 커피를 마셔야 한다. 그리고 입가심은 입술에 묻은 크림으로 한다. 요즈음처럼 몸이 추워서 커피, 마음이 추워서 술이 당기는 한겨울 밤엔 아이리시 커피가 정답이다. 오늘 1월 25일은 ‘아이리시 커피 데이(National Irish Coffee Da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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