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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종종 쓰는 전전긍긍(戰戰兢兢)이라는 말은 원래 『시경(詩經)』 소아(小雅) 소민(小旻)편 6장에 나온다.

‘감히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지 못하고[不敢暴虎]/감히 맨몸으로 황하를 건너지 못하네[不敢 馮河/사람들은 그 하나만 알고[人知其一]/그 다른 것들을 알지 못하는구나[莫知其他]/몹시 두려워하며 조심 또 조심하여[戰戰兢兢]/마치 깊은 못에 임한 듯이 하고[如臨深淵]/마치 얇은 얼음을 밟듯이 하여야 하리라[如履薄氷].’

시의 내용은 매사를 무모하게 해서는 안 되는데 정작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 독선이나 과욕에 빠져 자기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은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때 기반이란 두 말할 것도 없이 민심이다. 구절 하나하나가 요즘 신뢰 상실 위기에 빠진 헌법재판소의 행태를 떠올린다.

그런데 지금은 전전긍긍이라는 말을 이와는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남모르게 이상한 짓들을 했다가 뒤에 그것이 들통날까봐 걱정이 되어 전전긍긍한다는 식으로 뜻이 전용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 보듯이 전전긍긍은 사후가 아니라 사전에 일에 문제가 안 생기도록 주도면밀하게 일처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문형배 헌재 소장 대행은 지난날 SNS 활동으로 인해 구설에 시달리고 있다. 이념 편향성도 문제지만 현직 법관, 그것도 헌법재판관으로서 그런 활동을 했다는 것 자체가 만용이다. 그런데 이를 성찰하기는커녕, 그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건건이 반박하려 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구차함을 보게 된다. 심지어 새로운 폭로가 나올까 전전긍긍하는 듯하다. 이는 누가 보아도 자업자득이다.

공자는 신뢰를 얻는 법과 관련해 “경사이신(敬事而信)하라”고 했다. 이때 경(敬)은 공경이 아니라 바로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일을 공정하고 치밀하게 함으로써 믿음을 얻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헌재 재판관들이 가장 새겨야 할 말이 바로 본래 의미의 전전긍긍(戰戰兢兢)이라 하겠다.


‘이한우의 간신열전’ 연재를 마칩니다. 독자 여러분과 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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