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리는 아프리카 대륙의 대표 관광 상품이다. ‘동물의 왕국’ 등의 다큐멘터리에서 시청하던 인상적이고 위험한 동물을 가까이서 직접 보는 건 관람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현지에서는 ‘게임 드라이브’라고 불리는데, 가이드를 동반한 오픈 차량을 타고 동물을 찾아다니며 관찰하는 형식이다. 직접 경험해보면 다채로움의 연속이어서 매일 봐도 흥미롭다. 그리고 피상적으로만 알았던 동물들의 행태가 비로소 잘 이해가 간다. 실제로 사자의 모습을 보는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몇 시간 동안 웅크린 상태로 앉아서 먹잇감을 기다리는 모습은 살아있는 스핑크스 그 자체다.
인간이 집에서 기를 수 있는 소, 돼지, 말, 개, 닭은 야생에서 생존하지 못한다. “사자는 양의 의견을 묻지 않는다”는 표현처럼 노출되는 순간 곧바로 먹이가 된다. 그래서 가축이 아닌, 그야말로 야생의 동물들만 관찰할 수 있다. 동물끼리의 천적 관계는 우리가 대표적으로 이해하는, 사자 등의 맹수와 사슴 같은 먹이의 관계보다 훨씬 복잡하다. 오랜 세월 학자들이 동물들의 관계를 관찰·분석하고 연구하는 만큼 그 먹이사슬이 무척 재미있게 얽혀 있다.
동물의 세계가 펼쳐지는 땅에 인간은 관여하지 않는다. 방해하거나 개입하지 않고 관찰만 하는 것이 원칙이다. 자연 생태계의 법칙을 존중하기 위해서다. 유일한 예외는 밀렵꾼들에 의해 동물이 덫에 걸렸을 경우다. 이때는 풀어주고 치료해 준다. 동물들도 인간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집에서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지 않는다. 온갖 동물들의 행태를 지천으로 관찰할 수 있는데 강아지에게 “앉아!”, “손!” 하는 게 재미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초원의 광활함 속에서 생활하는 동물의 자유로운 행태가 인생의 반려다. 이 저항할 수 없는 야생의 유혹이 아프리카의 매력이다.
“사파리에는 모든 슬픔을 잊게 하는, 마치 샴페인을 반 병 정도 비운 것 같은 기분으로 안내를 하는 뭔가가 있다.” - 카렌 블릭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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