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에서 우크라이나 전선까지 트럼프의 행보는 이제 통제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거침이 없다.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잃고 야당이 된 미국의 민주당은 한마디로 속수무책이다.
트럼프의 자신감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기반이었던 노동자층을 장악한 데서 나온다. 친민주당 성향의 뉴욕 타임스는 민주당의 오판은 빌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지적한다. 클린턴 시대의 호황은 금융과 서비스업이 주도한 성장에 기반했고 그 과정에서 제조업의 근간은 값싼 중국 제품이 넘쳐나면서 미국의 2차 산업 생태계가 괴멸됐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당연한 표밭으로 생각한 미국 노동 계층이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동안 민주당은 이십 년이 넘도록 그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고, 분노한 이들은 오하이오나 펜실베이니아주 같은 러스트 벨트 지역 모두 공화당의 붉은 깃발이 펄럭이게 만들었다. 지난 세기 내내 기업가와 노동자는 타협할 수 없는 대척점으로 보였지만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의 구호 아래 이 두 계층은 서로의 이익이 일치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 걸프전의 압도적인 승전으로 재선이 확실하게 보였던 아버지 부시 후보를 꺾은 무명의 정치 신인 빌 클린턴의 슬로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였다. 펜실베이니아 출신으로 압도적인 가창력과 서커스 수준의 무대 장악력을 지닌, 그리고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자이기도 한 핑크는 트럼프 집권 첫해에 이렇게 비판했다. 그러너 팔 년 후 이 노래는 민주당에 그대로 돌려줘야 할 판이다. “우린 뭐가 되는 거야?/네가 해결책이 있다고 수도 없이 말했던 것들은?/우린 뭐가 되는 거냐고?/다 망가져버린 모든 행복들은?/우린 뭐가 되냐고?/비참하게 끝나버린 그 모든 계획들은?(What about us?/What about all the times you said you had the answers?/What about us?/What about all the broken happy ever afters?/What about us?/What about all the plans that ended in dis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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