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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아파트 단지를 걷다 보면 아이보다 지켜보는 어른이 많은 놀이터를 쉽게 발견한다. 아이가 싸우거나 다칠 때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 중인 어른들이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 세대’를 읽으며 나는 이 흔한 동네 풍경을 떠올렸다. ‘불안 세대’는 현실 세계의 ‘과잉 보호’와 온라인 세계의 ‘과소 보호’가 어떻게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지 분석한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먼저 타고 싶었던 아이가 순서를 뺏기자 울면서 아빠를 바라본다. 아빠가 달려간다. 갈등을 봉합하고 놀이 순서를 다시 정하고 화해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 언뜻 문제없어 보이는 이 장면에 집중 육아의 병폐가 숨어 있다. 자율적인 놀이를 통해 호기심과 독립심을 키우고, 또래와 겪는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배우는 아이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하이트는 “어린 나무가 제대로 자라려면 반드시 바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람은 나무를 휘게 만들지만 그 속에서 나무의 세포들은 압력을 견디느라 더 단단해지고, 뿌리는 더 깊어진다. 약간의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높이는 안티프래질 이론을 양육에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내가 놀이터에서 가장 문제라고 본 장면은, 놀이터의 모든 어른이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것이 온라인 과소 보호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망가진 건 어른의 뇌도 마찬가지다.

미국 13주에서 아동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제한하는 법률이 통과됐다. 프랑스는 13세 미만 스마트폰 사용 금지 법안 입법을 검토 중이고 호주는 16세 미만 소셜미디어 가입 금지법을 추진 중이다. 과거보다 나빠진 아이들의 정신 건강 때문이다. 모든 것이 연결된 과도한 ‘소통의 시대’는 ‘고통의 시대’로 치환되었다. 상대 마음을 읽는 ‘낭독의 시대’는 가고 ‘난독의 시대’가 왔다. 스마트폰은 이제 아이들의 여섯째 손가락이다. 이들에게 시급한 건 과도한 IT 기기를 분리하는 일이다. 초연결 시대의 단절은 이제 건강한 양육의 핵심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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