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은 잘생겼다.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를 보다 저 말이 튀어나왔다. 나이가 드니 자꾸 혼잣말을 한다. 프리랜서로 혼자 살면 대화할 일이 없다. 지난주 내가 인간에게 한 유일한 말은 “이 아파트는 같은 동 입구가 두 갭니다”였다. 집을 찾지 못하는 배달의민족 배달원과의 통화다.
인간은 말을 해야 한다. 본능이다. 너무 말하지 않으면 혼잣말이 나온다. 말하는 법을 잊을까 두뇌가 연습을 시키는 것이다. 혼잣말하는 경우는 정해져 있다. 감탄할 때다. “이 집 아귀찜 맛있네” “캬~ 3월인데 설국이네” “나라 망하겠네” 마지막은 감탄은 아니다. 탄식이다.
인간은 잘생긴 사람을 보면 감탄한다. 본능이다. 잘생긴 사람은 손해 볼 일이 없다. 22%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연구도 있다. 호주국립대가 1984년과 2013년 두 번이나 진행한 연구다. 연구팀은 “연구가 외모 지상주의 극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썼다. 어지간히 도움이 되겠다.
박보검에 대한 불평도 좀 있다. 박보검처럼 생긴 팔불출 순정남이 세상에 어딨냐는 불평이다. 요즘 사람들은 보다 현실적인 캐스팅을 원하는 경향도 있다. 부모 유전자 잘 물려받아 잘생기게 태어난 게 무슨 재능이라고 다 배우를 하냐는 소리다.
아니다. 그들은 배우를 해야만 한다. 배우가 될 정도로 잘생긴 사람들이 일상에서 우리와 부대끼며 사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잘생기고 예쁘지 않은 우리에게 더 못 할 짓이다. 그들은 화면 속에서나 존재해야 한다. 매일 그 얼굴을 보며 우리 유전자의 부족한 재능을 한탄하며 살 수는 없다.
정치인 외모가 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꽤 있다. 케네디가 역사상 첫 TV 토론으로 닉슨을 꺾은 이후 나온 소리다. 중도층 유권자 중에서는 잘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투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정치인 외모야 아직은 거기서 거기다. 정치를 하다 보면 폭삭 속이다, 폭삭 삭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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