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아침은 서호시장에서 시작된다. 새벽에 반짝 열려서 ‘새벽 시장’, 매립된 터에서 열린다 해서 ‘새터 시장’이라고도 한다. 통영 여객선터미널 맞은편에 있어 한산도, 연화도, 비진도 등으로 가는 날이면 이곳에서 시락국으로 허기를 채우고 첫배를 탄다. 한 달 전, 이른 새벽에 서호시장을 둘러보다 물 좋은 호래기 한 접시 사 들고 단골집으로 향했다. 시장 안 시락국집에서는 횟감을 들고 가면 초장을 내준다.
호래기의 표준명은 반원니꼴뚜기이다. 오징어가 피둥어꼴뚜기에서 살오징어로 바뀌었고, 한치도 창꼴뚜기가 표준명이다. 이렇게 호래기, 오징어, 한치 모두 꼴뚜기 집안이다. 하지만 꼴뚜기가 자주 ‘별 볼일 없고, 가치가 낮거나 작은 것’에 비유된 탓에 다른 이름을 갖게 되었다. 한치가 큰 꼴뚜기를 대표한다면, 호래기는 작은 꼴뚜기를 상징한다. 작은 꼴뚜기는 반원니꼴뚜기 외에 참꼴뚜기나 꼬마꼴뚜기도 있다.
호래기는 수심이 낮고 돌과 해초가 있는 연안에 서식한다. 오징어처럼 불빛을 좋아해 밤에 불빛을 따라 육지에 가까운 곳으로 들어온다. 이때 방파제에서 호래기 낚시를 한다. 대부분 멸치 잡는 정치망에 들어온 호래기를 잡는다. 오징어가 먼 길을 여행하는 탓에 근육질이지만 호래기는 이동하는 거리가 짧은 연안에서만 서식해 살이 부드럽다. 그래서 살오징어나 갑오징어는 식감이 좋아 횟감으로 즐기지만, 호래기는 부드러워 젓갈이나 무침을 많이 했다.
최근 ‘활호래기회’가 알려지면서 일부 지역에서 인기가 높다. 통영 서호시장과 중앙시장, 거제 성포항, 부산 부평시장과 남포동 등에서는 겨울에 만날 수 있다. 8년 전 성포항에서 처음 호래기를 만났을 때 한 마리에 3000원이었다. 지금은 크기에 따라 4000~5000원쯤 한다. 통영에는 미륵도에 동백꽃이 필 때 시작해 좌도에 매화꽃이 필 때까지 회로 먹기 좋다. 호래기는 무쳐 먹거나 오징어와 같이 통째로 찌기도 한다. 호래기 맛을 보고 나면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을 더 못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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