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팩토리(Dark Factory).’
요즘 중국의 인공지능(AI) 굴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용어다. 우리말로 ‘암흑 공장’이란 뜻이다. 용어만 얼핏 보면 비밀 병기나 인류의 역량을 능가하는 AI를 만드는 공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암흑 공장이라 불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AI와 산업용 로봇 그리고 각종 센서들로 구성된 사물 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생산 공정이 완전 자동화된 덕분에 조명을 켤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이 상주할 필요가 없으니 내부가 밝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즉, 빅데이터와 디지털 기술로 자동화된 공장을 의미하는 스마트 팩토리가 가장 진화된 ‘완전 자율 제조 공장’의 개념이다.
다크 팩토리를 가장 잘 실현한 기업은 중국의 스마트폰과 가전 분야의 글로벌 기업인 샤오미다. 샤오미의 창핑 공장은 그야말로 완전한 자동화를 이뤄냈다. 스마트폰 제조를 위해 필요한 원자재를 처리 가공하는 것부터 시작해 제품 조립, 포장까지 AI와 로봇 기반 시스템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AI와 빅데이터, 그리고 IoT 기술을 활용해 훨씬 정확하게 품질 수준을 모니터링하고 생산 공정에서의 의사 결정을 최적화한다. 이렇게 해서 1초에 1대씩 스마트폰을 생산해 내고 있다. 2010년대 초반 자료이긴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 1대를 생산하는 데 약 10초가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완전 자율 제조 공정이 얼마나 강력한 혁신을 이뤄내는지 알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다크 팩토리에는 상주 인력이 없기 때문에 휴식 공간이나 식사 제공, 병원 시설 등도 필요 없다. 로봇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수준으로 실내 온도를 유지하면 된다. 에어컨이나 히터에 필요한 전력도 적게 들기 때문에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서 파괴적인 혁신이 가능하다. 샤오미는 다크 팩토리를 만들기 위해 약 5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런 혁신을 통해 연간 1000만대의 고급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만들어 내고 있다. 샤오미가 선도적으로 보여준 중국의 다크 팩토리는 생산성 혁신을 넘어 AI 시대 제조업과 스마트 팩토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전 세계를 놓고 보더라도 중국이 AI에서 앞서간다는 걸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또 다른 눈여겨봐야 할 중국 정부의 AI 굴기 성과는 생성형 AI가 무서운 속도로 공공 부문과 민간 제조업에 녹아들고 있다는 것이다. 딥시크는 지난 1월에 R1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더 놀라운 것은 중국이 정부 주도로 R1 모델을 지방정부에 적용하고 산업 전환을 만들어가는 속도다. 먼저 공공과 지방정부 도입 현황을 살펴보자. 텐진시는 화웨이와 공동으로 설립한 AI 컴퓨팅 센터에 중국 지방정부 최초로 오픈소스 방식의 딥시크 R1 모델을 도입했다. 효과는 즉각적이다. 하드웨어 투자 비용 50%를 절감하고 처리 속도 30%를 향상했다고 텐진시는 밝혔다. 이후 많은 중국 지방정부가 앞다퉈 딥시크 모델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텐진시가 설립한 AI 컴퓨팅 센터를 통해 지역 기업들도 딥시크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 지역의 한 의료 기업은 2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달성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유명한 선전시 룽강구도 행정 승인 업무에 딥시크를 도입했다. 95%의 정확도로 승인 절차에 걸리는 시간의 90%를 단축시켰다. 우한에서는 경찰이 밤에 말 다섯 마리가 길을 잃고 배회한다는 신고를 받고 딥시크의 도움을 받아 주인을 찾아낸 성공 사례가 있다. 근처 말 농장 정보를 확인하고 딥시크 챗봇이 제안한 농장을 방문해 주인을 확인한 것이다.
제조 산업 분야의 딥시크 확산도 주목해야 한다. 20여 자동차 회사가 딥시크의 AI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고도화, 음악 추천, 인터넷 정보 검색을 돕는 차량 내 음성 비서와 같은 기능을 AI를 활용해 만들고 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비서’인 샤오이에 딥시크 R1 모델을 탑재해 훨씬 똑똑해진 비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화웨이 외에 오포, 샤오미도 스마트폰의 글 작성, 그림 생성, 인터넷 검색 비서 등의 기능에 딥시크 R1 모델을 활용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최대 가전 회사인 미디어는 딥시크 모델을 탑재해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에어컨을 출시했다. 딥시크를 활용해 사용자가 말로 하는 이야기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게 만든 효과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중국 내 병원 100여 곳이 업무 효율성 향상을 위해 딥시크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딥시크 R1 모델이 오픈소스로 공개된 지 겨우 2달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확산 속도다.
중국의 다크 팩토리와 딥시크 확산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미 우리도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투자를 통해 AI 컴퓨팅 센터를 구축하고 딥시크 수준을 뛰어넘는 강력한 범용 AI를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준비 중이다. 이렇게 개발된 AI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많은 국내 기업이 산업의 AI 전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근로자가 부족한 지방 중소기업의 스마트 팩토리화에 AI 기술을 접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근로자들이 AI 활용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만드는 전환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공공 부문과 중견·중소기업을 위한 보안이 강화된 특화 클라우드를 구축해 민감한 데이터 공유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필요도 있다. 또한 추론형 AI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적극 도입해 기술 고도화를 이뤄내면 국내 AI 반도체 기업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 AI를 산업 현장에서 활용해 AI 기술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산업 AI를 지배하는 국가가 AI 시대 승자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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