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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배를 타야 하니까. 간단하게 해주세요.” 서거차도를 떠나기 전날 민박집 주인에게 아침을 부탁했다. 아침 7시 무렵 서거차항에서 섬사랑호에 오르면 진도와 신안의 작은 섬 20여 곳을 들러 목포에 도착한다. 도중에 승객이 없는 섬이 많아 건너뛰면 2시쯤이면 도착하지만, 어떨 때 섬마다 들러 승객을 실으면 오후 4시가 훌쩍 넘어선다. 배 안에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없으니, 먹을거리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굶어야 한다. 첫 배를 탈 때 아침을 꼭 챙겨야 하는 이유다. 대부분 승객은 조도에서 내려 진도항으로 가는 배로 갈아타서 자동차를 이용한다. 하지만 자동차가 없고 짐이 많거나 버스를 갈아타기 불편한 분들은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목포로 가는 섬사랑호를 이용한다.

채취한 돌김을 건조하는 모습(진도군 조도면 서거차도)/김준

안주인이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와 냄새에 눈을 떴다. 어제 근처에서 말리던 돌김이 떠올랐다. 내심 아침 밥상에 올라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날씨가 고르지 않아 주민들도 제대로 돌김을 구경하지 못했다. 다행스럽게 춘삼월이 되어 돌김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주민 몇 분이 뜯어왔다. 예전에는 갯바위에 김이 자라면 날을 잡아 주민들이 모두 나가 김을 채취했다. 이젠 그 일을 할 사람도 손가락으로 꼽는다. 옛날 삼치잡이 배들이 몰려올 때는 포구가 흥청댔고, 마을에는 장사하는 집이 많았다. 술을 파는 집도 몇 군데 있었다.

서거차도 돌김 백반/김준

그사이 아침 밥상이 차려졌다. 기다렸던 돌김도 올라왔다. 돌김에 밥을 올리고 장을 찍어 입에 넣었다. 곱창김보다 곱절은 거칠다. 입에 넣고 천천히 오래 씹으니 달짝지근하면서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먼 섬일수록 돌김은 거칠다. 김 양식을 많이 하는 바다 주변에서는 돌김도 영향을 받아 부드러워진다. 울릉도나 서거차도처럼 먼 섬의 돌김에서 옛날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다. 아침을 먹기 이른 시간이지만 돌김에 싸서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배는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목포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리니 오후 3시다. 돌김 덕분에 배고픈 줄 몰랐다. 어머니가 이른 새벽에 차려준 돌김 밥상 덕분이다.

국가어항 서거차항에 입항하는 섬사랑호./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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