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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튤립 데이(Tulip Day)’. 유니온 스퀘어에 튤립 17만 송이를 진열하고 시민에게 열 송이씩 무료로 가져가게 하는 행사다./박진배

지난 일요일은 뉴욕의 ‘튤립 데이(Tulip Day)’였다. 맨해튼의 유니언 스퀘어에 튤립 17만송이를 진열하고 미리 신청한 방문객들에게 열 송이씩 무료로 가져가게 하는 행사다. 네덜란드의 ‘로얄 안토스(Royal Anthos)’ 단체가 주관하는데, 작년의 성공적 시작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꽃모종은 네덜란드산이지만 미 대륙에서 자란 튤립을 쓴다. 뉴요커들은 이른 오전부터 공원에 들러 튤립을 받고 기념사진도 찍는다. 연인에게, 또 집에 계신 할머니에게 선물하거나 병문안도 간다. 시민들이 팔에 한 아름 튤립을 안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거리를 걸으며, 브런치 카페에 들어가는 모습은 온종일 도시의 경관을 환하게 만들었다.

꽃은 색과 형태, 향기의 총체로 최상의 미(美)를 표현한다. 역사적으로는 사랑, 감사, 승리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소통 수단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꽃은 또한 인류가 어떻게 자연과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대표적으로 상징한다. 정원을 가꾸고, 화원에서 꽃을 키우는 일은 인간이 자연을 다스리는 근본적 방법인 것이다. 전통적으로 결혼식이나 기념일 등 의식에 많이 사용하지만 업무, 상업 공간에서도 멋진 실내장식의 요소가 된다. 아마 그 본질은 실용성을 초월한 순수 아름다움의 추구일 것이다.

뉴욕은 꽃이 많은 도시다. 공원은 물론이고 길거리 곳곳에 있는 델리, 아파트 난간에 꽃이 진열되어 있다. 꽃집의 예술적 디스플레이도 수준이 높다. 감상자에게 기쁨을 주는 건 물론 도시 경관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다. 꽃을 선물하는 일은 단지 예쁜 물건을 준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날은 뉴욕이라는 도시가 시민에게 꽃을 선사하는 날이다. 유난히 춥고 길었던 겨울을 끝내고 봄을 맞는 주말, 이보다 기쁜 선물은 없을 것이다. 뉴요커 수만 명이 튤립을 들고 활짝 웃는다. 도심 전체가 정원이 되어 꽃의 향기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주말의 이 분위기가 유난히 부럽다.

“나에게는 언제나 꽃이 필요하다.” - 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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