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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생성형 AI에게 자신의 미래를 물어보는 것이 대세다. 온라인에는 ‘사주를 더 정확하게 알려주는 프롬프트’가 공유되고, 사람들은 서로 자신만의 운세 읽기 방법을 공유한다. 혹자는 이미 사주를 봐주는 앱을 통해 사주팔자를 확인한 뒤 생성형 AI에 입력하고, 이후 자신의 크고 작은 의사 결정을 위한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그중에는 “올해 이직운이 있을까요?”, “상사와 저는 잘 맞을까요?”, “이번 계약은 성사될까요?”와 같이 자신의 일과 관련된 상담도 적지 않다.

그런데 생성형 AI에 앞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던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종이신문의 단골 코너, ‘오늘의 운세’다. 나의 종이신문을 보는 오랜 습관도 ‘오늘의 운세’를 즐겨 보던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시 발표 날인지 수능을 보던 날이었는지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내 띠인 토끼띠의 운세란에 “새장 밖을 날아가는 격”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 한 문장만으로 한없이 자유로운 나의 세상이 펼쳐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한동안 그 운세를 곱씹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해 수능을 본 모든 토끼띠 수험생이 같은 문장을 봤다는 점을 생각하면, 운세란 대체 무엇을 근거로 만들어지는 걸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든다. 하지만 사실 바로 그 점이 운세의 매력이기도 하다. 모호하고 뜬구름 잡는 문장 속에서도 우리는 자신만의 상황에 맞는 해석과 상상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5년 4월 3일 자 1987년생 토끼띠의 운세는 “폭풍우가 뿌리를 튼튼하게 만든다”였다. 내 기억에 특별히 예상되는 폭풍우는 없는데, ‘내가 혹시 놓치고 있는 업무 기한이라도 있는 걸까’ 하는 묘한 긴장감을 안고 출근길에 나서게 된다.

이렇게 생성형 AI와 상의하든지 클래식하게 종이신문의 오늘의 운세를 넘겨보는 것이든지, 그 행동의 이면에는 불확실한 하루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려는 마음, 하루의 길잡이를 찾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특히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는 부디 아무 탈 없이 하루가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도 크다.

하지만 실제로 나의 길잡이가 되어 주는 것은 오늘의 운세도, 생성형 AI도 아니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말했던가. 미래의 단서는 현재에 있다고. 현재를 잘 파악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덜 불안한 미래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업무 특성상 내게는 고객이나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는 기업들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지금 직면한 사업적·규제적 환경과 법률적 리스크를 정확히 읽어야만 시기적절하고 유용한 법률 조언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날마다 신문을 읽으며 고객의 좋은 소식을 접하기도 하고, 위기 상황의 징후를 포착하기도 한다.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도움이 무엇일지 가늠하면서 나 역시 하루의 방향을 잡아간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운세란을 보기 위해 신문을 넘기지 않는다. 대신 본지부터 시작해 경제 섹션까지 꼼꼼히 읽으며 현재 속에서 미래의 단서를 찾는다.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오늘의 운세’이기도 하다. 어느새 나는 하루의 운을 점치는 대신, 하루의 전략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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