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농구를 좋아했다면 ‘블루칼라 워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득점력 없고 기술적으론 투박하지만 강한 투지와 힘으로 리바운드와 수비 가담 등 궂은일을 도맡는 유형의 선수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정장 자리를 넘보는 프랑스 작업복. /핀터레스트

콩글리시로 ‘블루 워커’라고도 쓰이며, 대표적인 선수로 90년대의 로드먼, 찰스 오클리, 이창수 그리고 만화 속 인물 강백호가 있다. 그러나 현대 농구에서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유형이다. 정확히는 팀 플레이에 필요한 선수 유형이 달라졌다.

2010년대 이후 NBA를 기점으로 코트를 넓게 쓰는 ‘공간’ 개념이 현대 농구 전술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골 밑 몸싸움보다는 빠른 발, 패스, 정교한 3점슛 능력 같은 세련미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농구에서 블루칼라 워커의 역할이 달라지던 이때, ‘블루칼라(blue-collar)’의 어원인 블루칼라 재킷의 쓰임과 모습 또한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블루칼라 재킷은 원래 산업화가 한창인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철도 노동자, 농부, 기계공, 광부 등 장시간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작업복으로 탄생했다.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단단하고 질긴 몰스킨 원단을 썼고, 기름때, 먼지 등이 덜 티 나도록 파란색으로 염색했다. 이후 일상으로 넘어오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예술가나 보헤미안들이 주로 입던 캐주얼웨어였다.

그런데 2010년 전후로 패션 블로그의 시대가 열리고, 남자들이 옷을 찾아 입기 시작하는 문화가 곳곳에서 일어나던 그때, 이 프랑스식 작업복은 뉴욕의 한 할아버지로 인해 전 세계 남자들에게 새롭게 발견된다. 1978년부터 2016년 세상을 뜨기 2주 전까지 40여 년간 매주 뉴욕 거리의 패션피플을 포착해 ‘뉴욕타임스’에 실었던 사진가 빌 커닝햄.

패션을 너무나 사랑해 한평생 멋진 옷차림의 사람들을 프레임에 담아온 그는 역설적이게도 그가 찍힌 사진과 다큐로 인해 분신과도 같은 프랑스산 작업복을 단숨에 남성복을 대표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올려놓았다.

영어로 프렌치 워크 재킷, 혹은 초어 자켓(chore jacket)은 꼭 값비싼 근본 프랑스 브랜드나 일본의 복각 브랜드, 굳이 진짜 노동의 흔적이 가득한 빈티지를 구할 필요가 없다. 격식과 편안함을 두루 갖춘 단정한 디자인으로 탈정장의 바람을 일으킨 주역이란 점을 주목하자.

바리스타부터 변호사까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입는 현대의 근무복이며, 특히 네이비 색상의 워크 재킷은 장소가 어디든 상대가 누구든 실례가 되지 않을 사회적 교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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