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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글자 ‘옛 고(古)’는 어떤 연유에서인지 중국에서 대우가 아주 높다. 그러나 글자의 초기 꼴은 사뭇 애매하다. 전쟁을 가리킨다는 설, 점괘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이 글자는 옛날을 지칭하는 대표적인 한자다.

중국인들은 과거의 사례로부터 가르침을 얻으려는 자세가 늘 충만하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성어가 대표적이다. 옛것을 배워 새로움을 만들자는 뜻이다. 비슷한 맥락의 단어가 의고(擬古)다. 과거 사례 등을 본뜬다는 말이다.

사고(師古)라는 단어도 있다. 지난날의 케이스를 스승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옛 지식을 충분히 익혀 다가올 미래의 것을 알아간다는 취지의 온고지신(溫故知新)도 글자는 다르지만 맥락이 비슷하다. 지금보다 옛날이 좋다는 말도 자못 풍부하다.

사람들 마음 씀씀이가 예전만 같지 못하다는 생각에서 인심불고(人心不古)라는 성어도 만들었다. 옛사람들이 보였던 도덕적 지향을 고도(古道)라고 적어 찬양과 경탄의 자세도 보인다. 고정불파(古井不波)도 잘 쓰는 성어다.

‘오랜 우물에는 물결이 일지 않는다’는 뜻이다. 외부의 유인(誘因)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의 마음 등을 가리킨다고 한다. 이렇듯 중국에는 지난 것이 새로운 것에 비해 한결 더 낫다는 식의 사고와 행위가 가득하다.

그러나 옛것에 지나치게 파묻혀 사리 판단을 그르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런 사례를 중국인들은 이고(泥古)라고 적는다. 진흙처럼 옛날 것에만 엉겨 붙어 새로운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줄 모르는 사람이나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선택과 집중’으로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리는 중국이다. 그러나 강력한 중앙집권과 통제, 사상의 억압은 옛 왕조 그대로다. 외려 ‘법고’를 넘어 ‘이고’에 이르러 이젠 기술의 발달과 사회 수준의 불균형이 극심하다. 그 부조화는 끝내 어떤 사회를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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