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정전/윤주

“신주(神主) 모시듯 하라.” 조심스럽고 정성스레 다루거나 간직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돌아가신 분의 영혼이 깃든 신주를 소중하게 모시는 데에서 유래했다. 예로부터 신주를 모시고 제사 지내는 것은 세상 떠난 조상과 살아있는 후손이 만나는 자리로 중요하게 여겼다.

그중 최고의 격식을 갖춘 곳으로, 종묘의 중심 건물인 ‘종묘 정전(宗廟 正殿)’을 꼽을 수 있다. 조선 왕조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사당이자 신전으로 영혼을 위한 공간이다. 왕에게 삶의 공간이던 궁궐과는 사뭇 다르게, 그 혼령을 모신 신주가 종묘의 주인인 셈이다.

신주는 몸을 떠난 혼령이 깃드는 상징적인 물품이다. 왕과 왕비의 신주는 밤나무로 만들었다. 옹이가 없고 결이 좋은 밤나무를 쓴다. 밤나무를 신주로 쓰는 까닭으로는 자손을 번성하게 하는 상징과 밤송이가 덮인 밤나무 율(栗)이 두려울 율(慄)도 품어 두려워하며 삼가고 공경하라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종묘 정전은 칸을 나눠 19개의 실에 19명의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셨다. 신실 가장 위쪽 가운데에 신주를 모시고 그 위에 천을 두르듯 놓았다. 신주는 긴 직육면체의 대략 28cm 높이로 간결한 모양이다. 앞면에 묘호와 시호 등을 적고 윗부분이 볼록 올라와 있는 형태로, ‘규(窺)’라는 혼구멍을 뚫어 혼이 드나들게 했다.

그동안 종묘 정전이 보수 중이라 창덕궁 옛 선원전에서 신주를 임시로 봉안하고 있었다. 다른 곳에 모셨던 신주를 다시 제자리로 모시는 것을 환안(還安)이라 하는데, 종묘 정전이 새 단장을 끝내 임시 봉안했던 49위 신주의 환안이 시작된다. 20일에는 155년 만에 환안제가 재현된다. 세계유산 종묘에서 열리는 행사는 가히 장관일 듯하다.

신주를 다시 모시는 종묘는 정성 어린 손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신로(神路)를 이어주는 월대 박석들은 잘 정돈되었고, 장엄한 종묘 정전을 감싸는 나무들도 꽃잎 흩날리며 초록빛을 더하고 반길 준비를 하고 있다. 제자리를 찾아가는 풍경이 더없이 엄숙하고 아름답다.

이제는 국가유산 QR코드. 종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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