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경제가 침체 위기라고 걱정들 하지만 그러는 중에도 돈이 몰리는 곳은 있다. ‘세이프수퍼인텔리전스(SSI)’라는 미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 12일 투자금을 20억달러(약 3조원) 확보했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SSI는 AI 엔진을 개발하는 회사인데 직원은 20명 정도고 아직 시제품도 없다. 그래도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은 이 작은 회사의 주식 가치를 320억달러(약 45조원)로 평가해 줬다. 이유는 딱 하나. 창업자 일리야 수츠케버(38)가 수퍼스타라는 점이다.
수츠케버는 이스라엘과 캐나다 이중 국적인 컴퓨터 과학자로 2015년 샘 올트먼 등과 함께 AI 대표 기업 ‘오픈AI’를 창업했다. 2023년 말 올트먼과 공개적으로 권력 다툼을 벌이다 패배해서 더 유명해졌다.
이번 한국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낸 양대 정당 예비 후보들도 AI에 50조~200조원까지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그중 안철수 의원은 투자 금액을 특정하지 않겠다 말했지만 그도 ‘연구 개발에 우리나라 GDP의 5%를 투자하겠다’는 목표는 제시했다. 계산해보면 마찬가지로 대략 100조원이다.
그런데 그 큰돈을 가지고 우리 정부가 직접 AI 개발에 나서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AI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아직 걸음마 단계다. 어디에 얼마나 투자해야 좋을지, 밸류체인 어디서 얼마만큼 가치가 나올지 아직 모른다.
정부가 우선 할 수 있는 건 인재 양성이다. SSI 창업자 수츠케버는 이스라엘과 북미 교육 시스템의 혜택을 봤다. 그가 나온 캐나다 토론토대는 공대 정원이 5600여 명으로 서울대 공대의 3600여 명보다 훨씬 많다. 또 그가 박사 후 과정 연구원으로 있었던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80명)의 10배라고 한다.
한국도, 꼭 서울대가 아니라도 좋으니 여력 있는 대학부터 이공계 정원을 풀어주면 좋겠다. 그래야 그중 한국판 수츠케버가 나올 것이다. 또 행정고시 등 관료 입문 제도를 개선해 공무원들과 법조인들의 과학기술 이해도도 높였으면 한다. 관이 민의 ‘보틀넥’이 되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수츠케버는 혼자서 45조원 이상의 가치를 끌어내고 있다. 우리도 세금 100조원을 AI 개발에 급하게 투자하기보다는 100조원을 창출하는 인재들이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더 지속 가능해 보인다. AI 인재 없는 AI 강국이란 목표는, 이국종 교수 말마따나 “입만 터는” 구호에 그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