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는 4월에도 곧잘 눈이 내린다. 습기를 가득 품은 눈이다. 겨우내 성인봉 자락에서 터를 잡은 산나물들을 깨우고 영양분을 내어 주는 눈이다. 날씨가 무더운 날은 안개가 필요한 물을 제공한다. 원시림에 가까운 상록활엽수는 잎을 떨궈 양질의 퇴비를 만들어 준다. 이렇게 숲이 품은 물과 양분과 햇볕의 도움으로 울릉도 산나물이 자란다.
개척기에 울릉도에서는 화전을 일궈 조, 옥수수, 감자를 심어 연명했다. 이마저 바닥을 드러내면 산나물로 주린 배를 채우며 농사를 준비했다. 울릉도 섬엉겅퀴도 그중 하나다. 천적이 없어 가시가 없는 울릉도 섬엉겅퀴는 신기하게도 뭍으로 가져가면 가시가 돋는다고 한다.
울릉군 서면 태하리 한 식당에서 ‘엉겅퀴 한정식’ 밥상을 마주했다. 이곳에서는 식사를 예약하면 도착 시간에 맞춰 엉겅퀴를 넣어 밥을 짓고 국을 끓인다. 그리고 명이, 우엉, 곤드레, 전호, 눈개승마 등 울릉도를 대표하는 산나물로 반찬을 준비한다. 갯바위에서 뜯은 긴잎돌김도 구워서 내지만 산나물이 중심이다. 이른 봄에 아이 꼬막손처럼 올라온 귀한 명이 순으로 담은 ‘뿔명이 김치’도 만날 수 있다. 이 한정식 밥상을 보면 왜 울릉도가 산나물 섬인지 알 수 있다.
울릉도 경제를 책임졌던 오징어도 수온 상승 때문에 제 살길을 찾아 섬 주변을 떠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저동항에서 만난 선장은 키 대신에 낫을 들었다. 바다 대신 성인봉에 올랐다. 오징어 대신 몸값이 좋은 명이나물을 뜯기 위해서였다. 수십 년 바다에 의지했던 적잖은 어부들이 산에 오르고 있다. 울릉도 사람들은 개척 이래로 지금까지 바다보다 성인봉이나 깃대봉 등에서 얻은 산나물에 기대어 시난고난한 섬살이를 이어왔다. 그 당시 구황 음식이 ‘엉겅퀴 한정식’으로 차려졌다. 돼지고기도 엉겅퀴를 넣어 삶아 느끼함을 잡았다. 식사 마무리는 엉겅퀴밥 누룽지다. 고소하면서 뒷맛은 달짝지근하다. 시작과 끝이 섬엉겅퀴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