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르지 않은 아침 출근길이었다. 응급실 자리에 앉자마자 재난의료지원팀(DMAT) 출동 지령이 떨어졌다. 목적지는 봉천동 아파트 화재 현장이었다. 큰 재난 상황임을 직감했다. 응급실을 지키는 의사가 현장까지 출동해야만 하는 드문 상황이기도 했다.
우리는 십 분 안에 시동을 걸고 현장으로 출발했다. 병원 소속으로 대기하는 구급차가 있었다. 우리 팀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 응급구조사, 행정, 운전, 재난의료관리자까지 여섯 명이었다. 현장에서 환자를 처치할 수 있는 의료 장비가 든 카고백과 함께였다. 이들은 언제라도 출동할 수 있게 입구에 배치되어 있었다. 내비게이션은 현장까지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아침이라 도로에는 차가 많았지만, 사이렌을 켜자 구급차가 달릴 수 있게 모두가 양쪽으로 비켜섰다. 우리 팀은 현장에서 서로를 구분할 수 있게 통일된 조끼를 입고 명찰을 붙였다.
예상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아직도 아파트에서는 연기가 올라가고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이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모바일 상황실로 미리 사태를 파악했다. 처음 화재가 발생하여 사건이 접수되자마자 소집망이 발동했고 우리는 유일하게 출동한 DMAT팀이었다. 백여 명의 소방 대원과 관할 지역인 관악구보건소에서 신속 대응반 열 명이 이미 출동해 있었다. 실시간으로 집계된 환자는 여덟 명이었다. 안타깝게도 한 분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최우선적으로 처치가 필요한 두 명은 이미 중증 외상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거점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화재 발생부터 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즉시 상황판단회의에 참가했다. 구조팀은 화재 현장에서 불을 진화했고 구급팀은 구출된 환자를 이송했다. 지원팀은 도시 가스와 전기로 인한 이차 사고를 차단했다. 경찰은 현장을 지키고 구조대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행정력은 교통을 통제하고 인력과 대피소 자원을 마련했다. 의료진은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고 일차 진료를 마친 뒤 주변 가능한 병상을 파악해 의료 자원에 맞게 배분해야 했다. 통제단장이 이를 총괄했다. 미리 수많은 회의를 거쳐 시뮬레이션이 되어 있기에 이런 소집이 가능했다. 우리는 각자의 업무를 확인하고 위치로 흩어졌다.
현장응급의료소가 마련되었다. 구급대원을 통해 구출된 분들이 속속 도착했다. 중증도를 파악하고 일차 처치 뒤 모두가 공유할 수 있게 게시판에 기록했다. 방금 사고를 겪은 주민들의 증언은 생생했다. 미사일이 떨어진 듯한 커다란 폭발이 있었고, 시야를 완전히 가릴 정도의 연기가 퍼져나갔다고 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와서 문을 두드리고 가능한 한 많은 이웃을 피신시켰다. 이미 대부분의 주민은 노인정으로 대피해 있었다. 환자들은 연기를 흡입했거나 가벼운 외상이었다. 가장 마지막 환자는 타인을 구조하다가 다친 노년의 남성이었다. 몸집이 크고 거동하기 어려운 환자가 있었는데 도저히 자기만 내려올 수 없었다고 했다. “내가 운동을 하던 사람인데 지나칠 수 없잖아요.” 그는 이마의 찰과상을 보여주며 웃으며 말했다.
불길이 잡히면서 현장이 정리되었다. 각 팀의 보고를 취합해서 단장이 언론사 브리핑을 했다. 기자들은 지정된 구역에 모여서 취재했고 언론사로 송달했다. 구조팀에서 불길을 완전히 잡았다고 알렸다. 추가 환자는 신속대응반에서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임무를 완수한 우리 팀에게 철수 지시가 떨어졌다. 돌아오는 길에는 사이렌을 켜지 않았다.
안타까운 인재였다. 하지만 이런 재난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는 없다. 최선을 다해 대처할 수 있을 뿐이다. 구급차에게 길을 양보하는 차들과 한 명의 이웃이라도 더 구해내려는 손길이 있었다. 평상시에 재난을 대비하고 유사시에 충실히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인도 있었다. 모두가 남을 구하려는 마음이었다. 사상자 발생, 구조 작업 중,이라는 한 줄 기사의 이면에는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려고 분투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