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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눈이 뿌옇게 흐려지고 컴퓨터 화면이 흐릿했다. 내 방 벽시계 초침 소리가 고요를 깨뜨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간판들이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눈을 비비고 고개를 숙이자 책상 위에 펼쳐진 다이어리가 보였다. 옆에는 잉크가 마른 펜 하나와 메모지 더미가 어질러져 있었다. ‘9시 회의 – 11시 원고 마감 – 2시 강의 자료 점검 – 4시 칼럼 초안.’

나는 매일 ‘다음’을 계획하며 살아왔다. 식사 시간조차 잊은 채 하루를 빼곡히 채우는 것이 습관이었다.

며칠 전 오후, 아이 둘은 거실에서 자석 인형 놀이에 몰두해 있었다. 나는 내 방에서 노트북 너머로 강의 슬라이드를 다듬고 있었다. “3시엔 놀이터 가자.”

문 너머로 목소리를 띄우고 다시 작업에 집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거실 어둑한 조명 아래로 낮고 날카로운 비명이 울렸다.

그리고 단 1분.

문을 벌컥 열고 달려간 순간, 아이는 손으로 입을 감싼 채 흐느끼고 있었다. 얼굴을 가까이 대자 선홍빛 피가 맺힌 입술이 먼저 보였다. ‘아, 입술이라 괜찮겠지’라며 안도한 것도 잠시, 작은 하얀 가루 같은 덩어리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부러진 앞니였다. 탄식이 새어 나왔고 심장이 고장 난 듯 멎었다. 얼어붙은 심장으로 나는 부러진 이 조각을 챙겨 치과로 달려갔다.

다행히 크게 흔들리거나 깨진 건 아니어서, 간단히 다음 주 레진 일정을 잡은 뒤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문이 닫히고 차가운 금속 벽면이 반짝이는 동안에도 나는 그 1분의 무게를 떠올리며 속으로 물었다.

“왜 그 1분을 놓쳤을까?”

그날 밤, 분리 배출할 일주일 치 신문 더미를 정리했다. 잉크 미세 가루가 바스락거리며 공기 중에 흩어졌다. 몇 장을 넘기다 조선일보 금요일 자 ‘아이가 행복입니다’ 면에서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 코너를 발견했다. 오른쪽 모퉁이의 방긋 웃는 아기 얼굴이 낡은 종이 위에서도 빛났다. 그 순간, 시간은 멈춘 듯했다. 신문 속 그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놓친 1분, 그리고 놓치고 있던 지금의 소중함을.

신문은 나를 멈춰 세운 성찰의 거울이었다. 단순한 종잇조각 위에서 빛나는 얼굴 한 장이 내 마음속 분주함을 잠시 멈추게 했다. 그 거울 앞에서 나는 알았다. 진짜 중요한 것은 내일이 아니라 바로 이 순간이라는 것을.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아침 출근 전 5분 동안 식탁에 앉아 신문 첫 면을 펼친다. 눈에 띄는 기사 하나를 소리 내어 읽고, 그 기사가 불러일으키는 과거의 한 조각을 휴대폰 메모장에 간단히 적는다. 이 단순한 5분이 하루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었다.

잃어버린 1분이 있다면, 신문이라는 거울을 펼쳐보라. 당신이 놓쳐버린 바로 그 소중한 시간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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