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밤중에 몸은 마비, 의식은 또렷한 상태에 들 때가 있다. 흔히 “가위 눌리다”라고 하는 경우다. 여기서 ‘가위’는 물건을 자르는 가위가 아닐 테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몽롱함 속에서 나타나는 ‘귀신’과 관련이 있을 듯하다.

중국에선 이 가위눌림을 더 직접적으로 설명한다. “귀신이 잠자리를 누르다(鬼壓床)”라고 하기 때문이다. 몸을 짓누른다는 우리말 그 ‘가위’ 또한 중국어의 예처럼 귀신을 뜻하는 귀(鬼)와 맥이 닿았다고 볼 수 있다.

고대 ‘산해경(山海經)’부터 시대별 민간설화의 흐름에서 볼 수 있듯 중국은 이런 요귀(妖鬼) 문화를 풍부하게 이어왔다. 4대 기서(奇書)인 ‘서유기(西遊記)’, 귀신 이야기를 모은 ‘요재지이(聊齋志異)’ 등이 대표적인 책이다.

중국 민간 신앙은 대개 이 귀신들의 큰 활동 무대다. 이승에서 살던 힘센 인물이 죽어 저승에 가 좋은 귀신으로 변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설정이 많다. 삼국 시대 명장 관우(關羽)가 중국 민간 신앙의 대표적 신으로 변했듯 말이다.

그러나 나쁜 귀신이 더 많은 모양이다. 중국인의 잠자리를 짓누르는 ‘가위’ 같은 존재다. 따라서 중국인의 언어 감각에 이 ‘귀’라는 글자는 음습하고 음험하다. 그 기운을 일컫는 귀기(鬼氣), 헛소리를 뜻하는 귀화(鬼話) 등이 그렇다.

그 정점에 있는 중국 단어가 귀자(鬼子)다. 중국인들은 보통 일본인을 가리켜 ‘일본귀자’, 제국주의 서양인은 ‘양(洋)귀자’라고도 한 적이 있다. 근현대에 이르러 자기들을 침략하고 수탈한 대상을 일컫는 심한 멸칭(蔑稱)이었다.

중국이 어느덧 그 ‘귀자’ 흉내다. 동남아 바다를 몽땅 제 해역이라 우기고, 이제는 우리 서해마저 넘본다. “욕하면서 닮는다”는 심리다. 두려워했던 대상을 따라 해 그를 이겨보려는 ‘미성숙 방어 심리’라는데, 중국은 그로써 또 제 품격을 허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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