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댄스(Riverdance)’ 공연. 차렷 자세로 신체의 하반신만으로 추는 탭댄스의 형식이 특히 유명한데, 군무(群舞) 중 스무 명의 댄서가 동시에 발을 구르다가 바닥을 쿵 밟는 순간의 소리는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한다./박진배 제공

지난달 뉴욕의 라디오시티뮤직홀에서 ‘리버댄스(Riverdance)’ 공연이 있었다. 아일랜드의 전통 음악과 춤을 바탕으로 제작된 공연으로 전 세계를 순회하며 올해 30주년을 맞이했다. 차렷 자세로 신체의 하반신만으로 추는 탭댄스의 형식이 특히 유명하다. 군무(群舞) 중 스무 명의 댄서가 동시에 발을 구르다가 바닥을 쿵 밟는 순간의 소리는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한다. 마치 한 명이 만드는 것 같은 일치감의 소리다.

‘백조의 호수’나 ‘지젤’에 등장하는 ‘발레 블랑(Ballet Blanc·흰색 발레)’ 장면에서 투투를 입은 발레리나들이 포인트 슈즈를 신고 발끝으로 선다. 그 상태에서 빠르고 섬세하게 발을 구르는 동작이 ‘부레부레(bourrée bourrée)’다. 이때 호흡이 잘 맞고 완벽한 춤사위가 이루어지면 발 구름의 싱크로나이즈가 마치 베를린심포니의 연주와 같은 소리를 낸다.

완벽한 소리의 예는 스포츠 경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피겨스케이팅에서 공중회전 후 착지가 완벽할 때 스케이트의 날은 ‘촥!’ 하는 소리와 함께 얼음판을 따라 계속 흐른다. 착지가 불완전할 때는 날이 얼음 어딘가를 파면서 짧은 멈춤이 일어나고 그 소리도 다르다. 농구 선수의 숙련된 손목 스냅으로 공이 링이나 백보드를 맞지 않고 바스켓 한가운데를 정확하게 통과하는 클린 샷도 그런 예다. 그물이 말리며 내는 이 경쾌한 소리는 영어로 ‘스위시(swish)’라고 부른다.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동네 베이커리. 바게트가 오븐에서 갓 나왔을 때 빵이 식으면서 표면이 갈라진다. 이때 마치 장작이 타는 것과 같은 소리가 난다./박진배 제공

뉴욕의 단골 베이커리 셰프에게 “빵을 구울 때도 냄새나 색의 변화 말고 혹시 어떤 소리가 나냐?”고 물어보았다. 셰프는 누가 이런 질문을 해 주길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다. “바게트를 뜨거운 오븐에서 갓 꺼내면 순간 식으면서 온도 차로 표면이 갈라져요. 이때 마치 장작이 타는 것과 같은 아름다운 소리가 납니다. 새벽의 고요함 속에 오븐 앞을 지키며 하루의 빵을 준비하는 베이커만 들을 수 있는 결실의 소리지요.”

종류는 다르지만 이 모든 소리는 아주 오랜 시간의 숙련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결과의 선물이다. ‘완성의 소리’는 짧지만 극히 경이로운 순간의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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