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해 15일 밤 9시까지 이미 8만5000명을 넘었다. 근래 요양 시설 등에서 집단 발병이 급증하고 있고, 방역 당국도 “위중증 환자는 확진자 증가 후 2~3주 시차를 두기 때문에 이번 주부터 증가할 수도 있다”고 하고 있다. 15일 발표한 코로나 사망자도 61명으로 전날의 3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환자 증가 등을 전하며 “뭔가 큰 해일이 몰려오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 방역 지침과 방역 당국 말을 보면 정말 헷갈리는 것이 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그러니까 방역 당국의 목표가 방역인가 자연면역 시도인가. 이 점이 궁금한 이유는 적지 않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모든 확진자를 관리할 수 없으니 위중증과 사망 예방 위주로 가겠다는 큰 그림은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방역인지 의심스러운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밀접접촉’ 개념이 유명무실해졌다. ①마스크를 쓰지 않고 ②2m 이내에서 ③15분 이상 접촉해야 밀접접촉자로 분류하는데 가족이 아니라면 그런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아도 자가 격리할 필요가 없다. 그럴 경우에도 접종 완료자이면 7일간 ‘수동 감시’만 하는데, 일상생활을 하면서 의심 증상이 있으면 검사해 보라는 것이다. 사실상 확산을 방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속항원검사 먼저’도 허점이 많다. 60세 미만 등은 신속항원검사를 먼저 받고 양성이어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게 진단 방식을 바꾸었다. 신속항원검사는 정확도가 높지 않아 감염됐는데도 음성이 나올 위험이 높다. 그나마 양성을 받으면 다시 PCR 검사를 받고 하룻밤 기다려야 확진 판정을 받는다. 그러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확산이 이루어지는지 알 수 없다.
방역 지침만 그런 것이 아니다. 방역 당국은 계속해서 거리 두기를 완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김부겸 총리는 14일 밤 TV에 출연해 “이번 주 안으로 결론을 내려 한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코로나를 ‘계절 독감’과 유사하게 관리하는 일상적 방역·의료체계로 전환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말도 나왔다.
이쯤 해서 정말 궁금해진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방역일까, 자연면역 시도일까. 하긴 유럽 등 주요국들은 이미 일상 회복을 선언하면서 방역을 상당히 풀었다. 영국은 지난달 마스크 착용 의무와 백신 패스를 없앤 데 이어 곧 확진자 자가 격리 규정마저 없애기로 했다. 덴마크는 코로나를 ‘중대 질병’에서 제외하면서 방역 규제를 모두 풀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방역 당국도 오미크론 변이는 ‘크리스마스 선물’에 가깝다는 쪽으로 판단하는 것 같은 지침과 언급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방역 전문가들 판단은 다른 것 같다. 아무리 오미크론의 중증 비율이 낮다고 하더라도 유행 규모가 커지면 입원 환자, 중증 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는 아직 코로나 확진자 수의 정점을 확인하지 못했다. 피크가 어디까지 치솟을지 모른다. 위중증 환자가 얼마나, 어떤 패턴으로 발생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60대 이상 상당수가 작년 10~11월 부스터샷(3차 접종)을 맞아 백신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위험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 당국이 섣부른 판단을 하면 자칫 2년 버텨온 방역 체계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일 것이다. 국민 건강과 생명이 걸린 문제에 대해 모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자꾸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혹시라도 정부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을 의식하고 하는 일은 아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