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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등을 비판하는 가짜 뉴스를 제보받아 고발하겠다며 올해 초 개설한 민주파출소 인터넷 홈페이지. '교도소' 코너에는 이 대표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인사들이 고발,기소되거나 처벌된 내용 등이 사진과 함께 게재돼 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등을 비판하는 가짜 뉴스를 제보받아 고발하겠다며 올해 초 개설한 민주파출소 인터넷 홈페이지. '교도소' 코너에는 이 대표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인사들이 고발,기소되거나 처벌된 내용 등이 사진과 함께 게재돼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 친인척 비위 의혹을 보도했다. 곧바로 수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이 들어왔다. 제소한 이는 대통령이었다. 최고 권력자가 기자를 상대로 직접 억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대통령 친인척도 수억 원대 소송을 냈다. 그로 인한 압박감은 컸다. 후속 보도도 힘들었다. 오랜 소송 끝에 겨우 굴레를 벗었다.

당시 청와대와 정부는 각종 비판 보도에 언론중재위 제소와 민·형사 소송으로 대응했다. 걸핏하면 중재위와 법정에 불려다녀야 했다. 정부의 언론 상대 무더기 소송은 선진국에선 보기 드문 일이었다. ‘언론 재갈 물리기’ 비판에도 정부는 기자실 폐쇄라는 극단적 조치까지 했다. 결국 역풍을 불렀다. 지지율은 급락하고 국정은 혼란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직후 민주파출소를 개설했다. 명분은 허위 정보 대응이었다. 실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판과 탄핵 반대 목소리를 차단하는 데 맞춰졌다. 카톡도 성역이 아니라며 가짜 뉴스를 퍼나르는 일반인도 고발하겠다고 했다. ‘카톡 검열’ ‘카톡 계엄’ ‘국민 입틀막’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며 중재위에 제소했다. 의견을 담은 사설도 정정 대상이었다. ‘국민 입틀막을 해선 안 된다’는 상식적 비판까지 틀어막으려 한 것이다. 민주파출소를 통한 제보와 고발도 끝없이 이어졌다. 이른바 ‘가짜 뉴스’ 제보는 9만3000건을 넘었다. ‘교도소’ ‘유치장’ 코너에는 민주파출소 운영에 항의 표시한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해 고발당한 각계 인사 사진이 줄줄이 게재됐다. ‘이 대표의 친형 정신병원 감금’이나 ‘형수 욕설’처럼 가짜 뉴스라고 할 수 없는 사안도 포함됐다. 일부 인사는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는데도 여전히 교도소에 갇힌 모습이었다. 이 대표를 건들면 누구든 처벌한다는 경고나 다름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민주당 홈페이지에 마련된 허위조작 정보 신고센터 '민주파출소'에 대한 전용기 의원의 설명을 들은 뒤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당은 다양한 국민 여론을 듣고 이를 국정에 반영해야 한다. 아무리 가짜 뉴스 차단 명분이라고 해도 국민 카톡 대화까지 제보받아 고발하는 것은 정당의 존재 목적에 어긋난다. 민주당은 지난해 2.5일에 한 번꼴로 언론 보도를 중재위에 제소했다. 법정의 공개 증언까지 문제 삼았다. 올 1월에도 제소는 17건에 달했다. 이 중 60% 이상은 기각·각하됐다. 마구잡이 제소의 결과였다. 일반 국민을 위한 중재 제도를 국회 입법권을 장악한 거대 정당이 비판 보도 틀어막기용으로 이용한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입틀막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 행사 때 소리치던 야당 의원과 참석자들을 경호팀이 수차례 입을 막고 끌고 나갔다. 계엄 때 언론사 단전·단수를 계획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김건희 여사는 “언론사 폐간” 발언으로 논란을 낳았다. 문재인 정부도 불리한 기사만 나오면 가짜 뉴스로 공격하며 언론 재갈 물리기에 나섰다. 전략적 언론 봉쇄 소송을 위해 징벌적 손배제도 추진했다. 그러다 결국 정권을 내놓았다.

지금 민주당과 이 대표는 역대 정부의 입틀막 전철을 따라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 대표는 최근 자신의 선거법 상 허위 사실 공표죄에 대해 위헌심판 신청을 했다. 민주당은 허위 사실 공표죄를 없애는 법안을 냈다. 자신들의 허위 주장에는 면죄부를 주면서 일반 국민은 처벌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이다. 이 대표는 과거 언론의 비판 보도에 고발·소송으로 대응하곤 했다. 언론을 폐간시키겠다는 말도 했다. 지금은 입틀막 보도까지 제소하고 있다. 그러고도 윤 정부만 힐난할 수 있나. 당장의 소나기는 피할지 몰라도 국민의 입을 계속 막을 수는 없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지지를 얻고 국정을 이끌려면 국민과 언론의 건전한 비판에 귀부터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