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출마 얘기가 나온 이후 보름째다. 그동안 국민의힘 의원 50여 명이 한 대행 출마를 지지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범보수 1위로 올라섰다. 국민추대위까지 출범했다. 하지만 여전히 “결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역대 정부에서 장관·대사·부총리·총리를 두루 거쳤다. 온화하고 무색무취하지만 때론 강단도 있다. 고건 전 총리와 닮았다. 친윤 진영은 두 달 전부터 그를 대안으로 밀었다. 민주당의 ‘재탄핵’ 겁박이 출마설에 불을 붙였다. 윤석열 정부 3년간 안정적인 내각 운영과 탄핵 사태 때 민주당의 폭주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 정치적 자산이 됐다.
그러나 국정을 챙기고 대선을 공정 관리해야 할 권한대행이 직접 대선에 나가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이를 정당화할 명분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반(反)이재명’만으론 부족하다. 경제·안보 위기 극복의 적임자임을 내세울 순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대선 욕심에 대행의 책임을 팽개친다”고 비판한다. 헌법재판관 지명은 제동이 걸렸고, 각종 국정·외교 활동마저 선거용으로 해석된다. 비상계엄과 국정 실패 책임론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윤석열의 강’을 건너야 중도층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민주당은 ‘내란 방조범’ ‘윤석열 아바타’라고 공격한다. 최장수 총리로서 윤 정부와 선을 긋는 것은 쉽지 않다. 배신자 프레임에 빠질 수도 있다.
한 대행이 출마하면 ‘범보수 빅텐트’에서 단기필마로 단일화 경선을 치러야 한다. 선거 자금은 부족하고 조직도 없다. 친윤 의원들의 막후 지원은 한계가 있다. 과거 제3 후보 상당수는 돈·조직력 부족으로 중도 포기했다. 친윤 추대가 오히려 독이 돼 단일화의 마중물에 그칠 수도 있다.
제3 후보에게 중요한 건 지지율이다. 고건 전 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오랜 기간 지지율 1위를 달렸다. 그래도 완주하지 못했다. 조금만 약점을 보이거나 지지율이 떨어지면 공격하고 외면하는 게 정치권 생리다. 지금 한 대행 지지율은 고건·반기문에 못 미친다. 호남 출신이지만 호남 지지율은 한 자릿수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양자 대결에서도 밀린다.
민주당은 한 대행이 출마하는 즉시 가족 등에 대한 전방위 네거티브 공격에 들어갈 것이다. 없는 의혹도 만들어 내는 게 정치권이다. 반 전 총장은 도덕적 결함이 없다고 자부했지만 민주당의 집중 공세에 2주일 만에 사퇴했다. 지금 범보수 후보 지지율을 다 합쳐도 이 후보에게 뒤진다. 단일화를 해도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
한 대행 지지층은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한 전통적 보수층과 겹친다. 이들의 지지를 받아야 ‘반명(反明) 단일화’에서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본선에선 중도층을 겨냥해 윤 전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한다. 자기모순에 빠질 수 있다. 윤 정부 총리로서 60%에 가까운 ‘정권 교체’ 여론을 돌려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단일화의 붐업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한 대행 출마 움직임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등 중도층 소구력이 높은 후보들의 불출마를 불러 국민의힘 경선을 맥 빠지게 했다는 지적이 적잖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이 한 대행과 단일화에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한 대행을 향한 압박과 비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한덕수 바람’을 일으키려면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 위기를 헤쳐나갈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고민이 너무 길어지면 정치적 동력은 떨어진다. 출마만이 나라를 위하는 길은 아니다. 윤 정부 초대 총리이자 권한대행으로서 대선 마지막까지 국정을 챙기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대행의 책임을 다할지, 범보수의 구원투수로 나설지 이젠 결정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