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취재기자 논술 필기 시험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 제기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라고 묻는 문제를 내서 물의를 빚었던 MBC가 재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에게 1인당 10만원의 현금을 지급한 사실이 19일 알려졌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실이 MBC로부터 제출받은 ‘논술시험 재시험시 10만원 지급에 대한 답변서’에 따르면, 이달 초 취재기자 필기 논술 재시험을 실시한 MBC는 재시험에 응한 취재기자 270명·영상기자 82명 등 모두 352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현금을 나눠줬다. 통상 언론사나 기업의 채용에서 필기시험에까지 교통비나 식사비를 따로 지급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은 면접시험 응시자에게만 소정액을 지급한다. 그런데 MBC는 필기 재시험을 치른 이들에게 이례적으로 현금을 나눠준 것이다.
MBC는 지난 9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 제기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 호소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제3의 호칭도 상관없음)’라는 논제를 취재기자 논술 필기시험에서 제출해 “피해자를 두번 죽이는 2차 가해를 했다” “인간 도리를 저버리는 논제를 출제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결국 MBC는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에 대해 사과하고, 재시험을 치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피해 호소자’는 지난 7월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여권 정치인들이 사용했던 용어다. 재시험을 치른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이례적인 필기시험 직후 10만원 지급에 대해 ‘갸우뚱’한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사 기자 지망생은 “돈을 받으니 싫진 않았으나, 수험생 친구들끼리 ‘MBC의 실책을 현금으로 입막음 하려는 거냐’는 말을 나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C 측은 “재시험 귀책사유가 MBC에 있고 수험생의 정신적 고통과 시험 준비를 위한 기회비용, 교통비와 식사비를 고려해서 10만원을 산정했다”면서 “예산은 인재채용, 인력개발 예산의 예비비에서 지출했고 정식 품의 절차를 거쳐서 시행했다”고 밝혔다.
허은아 의원은 “MBC는 이미 ‘편파보도’ ‘편파운영’에 이어 사상검증을 통한 ‘편파채용’이라는 편파 3관왕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면서 “MBC가 뉴스에서도 모자라 공채시험까지 편가르기 하려했고 이것이 논란이 되자 수험생들 사이에서 더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현금살포까지 했다”고 했다. 허 의원은 “10만원으로 무너진 예비 언론인의 자존심과 박 전 시장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무마할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