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배임의 범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부적절하다”는 경고성 공문(公文)을 발송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앞서 대장동 사업 주체인 성남 도개공은 자체 조사 보고서에서 “공사에 1700억원의 손해를 끼친 배임의 범죄가 성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도개공 안팎에서는 “성남시가 ‘그분’의 배임을 입 밖으로 꺼내지 말라고 단속에 나선 것”이라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성남시는 지난 1일 성남 도개공이 ‘대장동 보고서’를 공표하려 하자 “우리 시(市)는 외부 공개에 유감”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대장동 개발 비리에 대해 대한 판단을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성남시는 공문에서 “주요 내용이 향후 성남 도개공 등이 수행할 수 있는 각종 민·형사 소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중요 사안에 대한 대외 표명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공문은 성남시 예산재정과장이 결재했고, 은수미 성남시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
이보다 앞서 성남 도개공 윤정수 사장은 대장동 보고서 발표 안건과 관련해 성남시청을 찾아가 은수미 성남시장에게 직접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은 시장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 발표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윤 사장은 “대장동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조속히 밝혀져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발표를 강행했다. 윤 사장은 오는 6일 퇴임할 예정이다.
성남시가 나서서 “대외 표명에 신중하라”고 경고성 공문까지 발송한 배경에는 성남 도개공이 배임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성남 도개공은 A4용지 15쪽 분량의 자체 보고서에서 “땅값이 상승할 경우, 추가 이익은 당연히 고려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 “사업 협약 과정에서 추가 이익 분배 조항을 삭제한 적법하고 타당한 이유는 찾을 수 없다”고 적시했다.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 몰아주기’로 성남 도개공에 1700억원가량의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유동규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깃털, 이재명 성남시장이 몸통이라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면서 “배임 혐의를 유동규 선에서 꼬리 자르기 한다면 향후 검찰이 도리어 직무유기로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성남도개공이 배임을 자인한 것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그분(윤정수 사장) 의견에 불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