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보궐선거는 막판까지 이렇다 할 대진표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 2월 10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후보로 전략공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낙연 의원의 대선 출마로 보선이 치러진다는 이유에서 이번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군소정당에서는 정의당 배복주, 시대전환 김도연, 새로운물결 송문희 후보가 등록을 했고, 김영종 후보 등 다수의 무소속 후보들이 뛰고 있지만 아직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는 없다.
제1 야당 후보인 최재형 전 원장은 탈원전 정책 감사 등으로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다 지난해 감사원장을 그만두고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해 대선후보 경선을 치른 바 있다. 지난 2월 22일 종로 유세현장에서 주간조선과 만난 최 전 원장은 현 정부와 겪은 갈등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반대한다기보다 국민의 편에 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공천 배경에 대해서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결집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고 당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번 공천 배경이 '보수층 배려'라고 생각하나. "배려라기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결집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고 당에서 결정한 것이다. 단지 보수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윤석열 후보도 저도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정치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둘 다 정치 신인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치를 바꿀 수 있다."
- 공천이 확정되고 난 후 '최재형 전략공천'을 공론화했던 홍준표 의원에게 연락했나. "홍 의원에게 전화드렸다. '잘됐다'고 하더라. 홍 의원이 윤 후보와 독대를 할 때 종로에 저를 추천한 것으로 이미 많이 보도되었다. 어찌되었건 종로에 출마할 만한 정치적 역량이 있는 사람으로 평가해 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
- '최재형의 정치'는 무엇인가. "국민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 폭을 넓혀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 경쟁하고 발전한다. 국민과의 약속은 지키는 정치를 하고 싶다."
- '보수정치'를 어떻게 정의하나. "보수는 '나다움'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는 국가다워야 하고, 가정은 가정다워야 한다. 각각 모든 영역이 자기다운 제 모습을 찾고 공동체 내에서 각자의 역할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수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 이번 대선 판세를 어떻게 보나. "청년들의 미래 기회를 빼앗고 국가 개혁과제는 손도 대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 시즌2를 대다수 국민들은 원하지 않고 있다. '일단 빚내서 털어먹자'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할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 당선되어도 여소야대 상황이다. 어려움이 없을까.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뭔지, 편하게 해주는 것이 뭔지에 초점을 맞추면 (여소야대라도) 합의를 이루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치는 '패거리정치'다.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자기 정치집단의 이익이다. 자기 편 이익을 먼저 생각하니 서로 합의를 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변하고 있다.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과 국가의 미래에 무엇이 바람직한지를 생각해 지지할 정당과 후보를 결정한다. 이번 대선과 보궐선거에서 이러한 마음이 투표에 반영된 결과가 나오면 아무리 180석 가까운 의석을 가진 정당이라도 국민들의 분노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이제는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 감사원장 시절 탈원전 정책을 놓고 정부와 대립했는데 당선되면 관련 입법활동을 할 생각인가. "독일의 경우 원전 폐쇄를 법으로 했다. 우리의 경우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원전 정책을 대통령 명령으로 해버려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에너지, 전력 기본계획이 입법사항이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만약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권한으로 잘못된 부분을 상당히 바로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 문재인 대통령도 광화문 시대를 약속했으나 결국 청와대를 떠나지 못했다. 윤석열 후보는 '광화문 집무실'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겪어본 바로는 윤 후보는 결단력이 있고, 자기가 한 말은 지키는 사람이다. 청와대를 국민들에게 돌려드리고 집무실은 광화문으로 옮긴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다. 어떤 형태든 지금과 같은 청와대는 유지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 윤 후보의 광화문 시대 공약이 종로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보나. "종로구민들이 청와대가 있어서 피해를 많이 보았다. 여러 가지 규제가 많았다. 공간을 빼앗기고 각종 건축 규제가 많았다. 청와대를 유지 관리하기 위해 종로구 행정 인력도 많이 투입되었고 교통도 많이 불편했다. 그러니 광화문 시대가 열리면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것은 종로구민이다. 윤 후보가 당선되고 오세훈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 협력해 공약 이행과 후속 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
- 종로를 위한 공약은 무엇인가. "민주당이 국회의원, 서울시장, 구청장, 지방의회 등을 장악했던 10년 동안 종로의 성장 동력은 정체되어 생기를 잃었다.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종로가 살길이 없다. 신분당선 완공으로 종로~강남 10분대 실현, 경전철 강북횡단선 조속 추진, 이건희 미술관 지하 관광버스 전용 주차장 건립, 용적률 거래 인센티브 전면 도입, 문화관광특구 지정으로 재산세 감면 확대, 반려동물 쉼터 확대 등을 통해 '대한민국 1번지'의 위상을 되찾겠다."
- 종로 주민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종로 주민들은 종로가 '대한민국 1번지'는커녕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 어떤 역차별을 받고 있나.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 사무지구는 광화문을 중심으로 잘되어 있다고 하지만, 교육환경이 나빠지면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주거환경 개선이 되지 않아 종로에 오래 사신 분들은 소외감을 느낀다. 자동차도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있을 정도다.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이 잘 모이지 않아 의견 수렴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윤 후보와 같이 현 정부와 갈등을 빚어 '반문 세력'으로 불린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반대한다기보다 국민의 편에 선 것이다. 개인에게 반대한 것이 아니다. 윤 후보나 저나 항상 국민 편에 섰다. 바뀐 것은 저쪽이다."
- 문재인 대통령에게 혹시 미안한 감정은 없나. "저를 감사원장에 임명한 문 대통령도 자신에게 충성하라고 감사원장에 임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 역시 대통령이나 정권에 충성하는 감사원장이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고 법과 원칙에 따라 공직사회와 재정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책무라고 생각하고 일했다. 그 원칙에 벗어난 일이 없다. 당연히 문 대통령에게 미안함도 없다."
- 여당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을 잘못 임명했다"고 하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잘한 인사가 윤 후보와 저를 임명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 언론이 '미담 제조기'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편하지 않다. 살아오면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실천했다. 미담이라고 하니 쑥스럽다. 어려운 사람들이 가정과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당연히 보호받는 사회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다."
- 선친(고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유언이 ‘대한민국을 밝혀라’로 알려져 있는데, 무엇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나. “돌아가시면서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이 어둡다고 본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나라 걱정을 많이 했다. 국가안보를 많이 걱정했고, 혹시라도 사회주의 세력이 우리나라를 지배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민생이 어려운데 국론을 분열시키는 정치세력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기왕 정치를 한다고 하니 그런 것들을 바로잡으라고 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