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산하에 인사검증 조직을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무위원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집권 초부터 국정 동력이 약화할 우려 때문이다. 인수위 산하에 설치될 인사검증팀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구성 과정에서 조언자 역할을 하고, 실무 운영은 윤 당선인 검찰 후배인 주진우 변호사가 주축이 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윤 당선인 측 인사는 11일 본지 통화에서 “과거 인수위 내부에 인사검증팀을 두지 않다 보니 이런저런 인사 실패 사례가 있었다”며 “거대 야당을 상대로 한 조각(組閣) 인사청문회를 대비해 철저한 인사 검증 조직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사검증팀 구성은 권성동·장제원 의원과 함께 윤 당선인 측근 3인방으로 꼽혀온 윤한홍 의원이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통화에서 “인수위에서 백의종군하기로 한 뜻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인사검증팀 구성과 관련해서는 조언해주는 정도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행정고시 출신인 윤 의원은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당시 서울시 공무원이던 그는 인수위 인선 등 인사 관련 실무 작업을 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국무위원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뒤늦게 결격 사유가 드러나 낙마하면 집권 초부터 국정 운영 동력이 약화할 우려가 있다”며 “역대 어느 정권보다 치밀한 인사 검증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인사검증팀 운영은 부장검사 출신 주진우 변호사가 맡게 될 공산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주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돼 인사 검증 관련 업무를 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윤 당선인 경선 캠프에 합류하는 인사에 대한 검증 업무도 맡았다고 한다. 주 변호사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시절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했고, 지난 2019년 좌천성 인사에 반발해 검찰을 떠났다. 지난해 검찰을 떠나 윤 당선인을 도왔던 이원모 변호사도 인사검증팀 합류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대전지검 검사 시절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수사했고, 대선 때는 윤 당선인 처가 관련 의혹 대응 업무를 담당했다.
윤 당선인 측은 인수위원 24명에 대해서도 철저한 인사 검증을 거쳐 임명할 계획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인수위가 2개월 정도 짧게 굴러가는 위원회지만 국민이 어떤 분들이 계신지 궁금해하니 (인수위원 등에 대한) 검증 시간은 조금 필요하다”고 했다.
인수위원에 대한 검증은 당선인 비서실이 맡는다. 윤 당선인은 전날 당선 인사 기자회견에서 “당선인 비서실은 소규모로 효율적으로 빨리 조직을 해서 인수위를 지원하고 중요한 인사를 검증하는 데 초기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인수위원들은 통상 초기 내각에서 총리, 부총리, 장관 등에 임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수위원 단계부터 제대로 검증을 진행해야 한다”며 “인사가 만사란 말처럼 검증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검사 출신 첫 대통령 당선인이란 점도 검증이 강화될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