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 시점을 6·1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고 현 정부 부처 체제에 맞춰 첫 내각을 구성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인수위는 이달 중 여성가족부 폐지 등 일부 부처를 대상으로 한 ‘소폭 개편안’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지만 172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를 얻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수위 관계자는 “갈등 현안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민생에 집중해 지방선거를 치른 뒤 그 동력으로 정부조직 개편을 완성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1일 본지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조직 개편에 목매지 말고 민생 현안을 먼저 챙기자’고 인수위원들에게 주문했다”며 “인수위에서는 조직 개편을 6월 이후에 하거나, 여성가족부 폐지 등 일부 부처만 조정하는 ‘소폭 개편’을 이달부터 추진하는 두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인수위원들에게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 “무리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풀어가면 점차 신뢰가 쌓이고 더 큰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4월에는 아주 심플한 것만 하라”는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가 정부조직 개편 시점을 6월 이후로 미루려는 배경에는 새 정부 출범(5월 10일) 22일 뒤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의식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인수위 관계자는 “대선 직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로 청와대·민주당과 갈등을 빚으면서 민생 현안을 챙겨주길 바라는 국민에게 실망을 준 측면이 있다”며 “새 정부 내각이 제대로 출범도 못 하고 삐걱거리는 모습까지 노출하면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인수위 다른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취임 이후 용산 집무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통의동 인수위 건물에서 지내는 동안 야당으로부터 ‘안보 공백’이라는 비판을 받을 텐데, 거기에 정부조직 개편 문제로 ‘국정 공백’ 비판까지 받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민주당이 반대하는 사안이나 부처 간 이해관계가 극심한 부문에서 정부조직 개편으로 갈등이 커지게 되면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협치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수위는 지방선거에서 선전하면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할 국정 운영 동력이 확보될 수 있다고 보고, 그 이후에 정부조직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구상이다.
인수위가 구상하는 ‘4월 소폭 개편안’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대신 가칭 미래가족부를 신설하고, 그와 연관된 부처들의 기능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여가부가 맡고 있는 여성 관련 사무는 다른 부처에 나눠주고, 현재 국무총리 산하 양성평등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격상하는 계획이다. 또한 현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신설하는 미래가족부로 옮겨 미래 인구 문제도 전담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여가부 폐지는 윤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만큼 새 정부 출범 전에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내부 의견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인수위는 현재 정부조직 개편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가진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옮기거나,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을 분리해 질병청·식약처를 통합해 가칭 보건부를 신설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항공우주청과 재외동포청 신설 문제도 검토에 들어갔다. 인수위 관계자는 “정부조직 개편안으로 민주당에 발목 잡히는 일이 없도록 플랜 A·B·C를 다 준비해 놨다”고 했다.
인수위는 국정 과제 선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인수위는 오는 4일과 18일 각각 1·2차 국정 과제를 선정하고, 25일까지 최종안을 마련해 다음 달 초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