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에 정·재계 인사 ‘X파일’이 존재한다”고 밝힌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 X파일’도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여권과 국정원에서는 “전직 정보 수장의 처신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박 전 원장은 “유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원장은 11일 공개된 방송 인터뷰에서 ‘X파일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자료도 있느냐’는 물음에 “국정원법을 위반하면 내가 또 감옥 간다”면서도 “디테일하게 얘기 못 하지만 근본적으로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 X파일도 존재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박 전 원장은 전날에는 “국정원에 우리 사회의 모든 분의 존안(存案) 자료인 ‘X파일’을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다”며 “예를 들면 정치인은 ‘어디 어떻게 해서 돈을 받았다고 하더라’ ‘어떤 연예인하고 섬싱이 있다’ 같은 것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별법을 제정해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X파일이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없애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전직 국정원장이 이를 흥밋거리처럼 언론에서 떠드는 것이 올바른 처신이냐”는 말이 나왔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철저히 보안이 지켜져야 할 국정원 활동에 대해 전직 수장으로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도 문제이지만, 대통령의 ‘X파일’도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내세우려는 태도까지 보였다”고 비난했다. 국정원 직원법에는 ‘모든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상 알아낸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관종(관심 종자) 본능’에서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불쾌해하는 기류가 감지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역대 국정원장 중 퇴임 후 박 전 원장과 같은 행보를 한 사람이 있었느냐”며 “위법 소지가 있는 것도 본인이 제일 잘 알 텐데 보안 사고가 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전직 원장의 발언은 정치적 목적으로 해석되고,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직원들을 불필요한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갈 수 있다”며 “앞으로 국정원 관련 사항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자제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원장은 “저의 발언이 제가 몸담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국정원과 사랑하는 국정원 직원들에게 부담이 된다면 앞으로는 공개 발언 시 더욱 유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