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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얼마 전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선거 때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역대 정부 초반과 비교해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추세와 분위기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임기 초반부터 국정 동력 상실을 막기 위해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지율 하락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해 추세를 돌릴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한동안 낮은 지지율에 시달리며 국정 운영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6월 1주부터 5주까지 한 달 동안 53→53→49→47→43% 등으로 하락세가 뚜렷했다. 그 사이에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는 34→33→38→38→42%로 상승하며 긍정 평가 수치와 비슷해졌다. 케이스탯리서치 등 4개 조사회사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전국지표(NBS)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6월 1주에 54%였지만 6월 5주엔 45%로 하락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선 5월 4주 56.3%에서 6월 5주엔 42.8%로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36.1%에서 51.9%로 오르면서 데드크로스, 즉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추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유럽을 다녀왔지만 대통령이 해외 순방 직후 지지율이 오르는 ‘순방 효과’도 없었고, 대통령 지지율이 빠지면 지지층이 위기감으로 뭉치는 ‘결집 효과’가 보이지 않는 것도 이례적이란 평가다.

전문가들은 “집권 초에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경고음이 울리는 첫 번째 단계는 국민 절반에게 지지를 얻지 못하는 선(線)인 50%가 무너지는 것이고 다음 단계는 대선 득표율 아래로 떨어지는 것 그리고 세 번째 단계는 데드크로스 현상”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두 달을 앞두고 50% 이하로 지지율이 하락했고 대선 때 득표율(48.6%)보다 낮아졌으며 일부 조사에서 데드크로스가 나타나는 ‘복합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 추세를 계층별로 보면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던 보수층과 중도층에서 하락이 두드러졌다. 한국갤럽의 6월 1주와 6월 5주 조사를 비교하면 응답자 이념성향별로 중도층(51→37%)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고 보수층(82→71%)도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원래부터 지지율이 낮았던 진보층(23→16%)에선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작았다. 지역별로도 여권의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71→51%)에서 지지율이 20%포인트나 떨어졌고 중도 성향의 대전·충청(61→49%)도 많이 하락했다. 연령별로는 50대(51→35%)에서 하락이 두드러졌으며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우세했던 60대(68→57%)와 30대(46→39%)도 하락 폭이 컸다.

TK 지역과 고령층 등 여권 지지세가 강한 집단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것에 대해선 국정 운영의 동력을 떠받치는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의 균열이란 견해도 있다. 소득 상위 계층에 비해 저소득층의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폭이 큰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갤럽 조사에서 6월 한 달간 상·중상층(58→53%)에 비해 중간층(55→44%)과 하위층(57→46%)의 지지율 하락 폭이 더 컸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로 가중되는 민생의 어려움이 경제 약자층에서 지지율 하방 압력을 강하게 만든 요인으로 해석된다. 지난 대선 때 저소득층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율과 문재인 정권 심판론이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의 민심 변화를 여권이 심각하게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각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 이유는 다양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 1~3위가 ‘인사(人事) 문제’ 18%,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음’ 10%, ‘독단적·일방적’ 7% 등이었다. 케이스탯리서치 등 4개 조사회사의 공동 조사에선 부정 평가 이유가 ‘독단적이고 일방적이어서’ 34%, ‘적합하지 않은 인물을 내각에 기용해서’ 20%, ‘경험과 능력이 부족해서’ 20% 등의 순이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선 ‘여권 내부 갈등’ 24.5%, ‘경제 대책 미흡’ 21.4%, ‘정책 불안’ 15.6% 등이었다. 요약을 하면 내각 인사 논란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징계 여부를 둘러싼 갈등,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국정 스타일 그리고 경제 불안감 등이다.

특히 인사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야 했는데 국민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대보다 불안이 커지면 지지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경제 위기 등에 의한 국민 불안감 해소를 위한 전략과 행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적인 국정 어젠다가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다”며 “과거 정부가 미뤄온 개혁 과제의 해결도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않아서 국민이 정권 교체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지지층이 이탈하고 있다”고 했다. 역대 정부는 성공 여부를 떠나서 IMF 경제위기 극복(김대중), 신경제(김영삼), 친서민·중도실용(이명박), 창조 경제(박근혜), 적폐 청산(문재인) 등을 초반에 들고나왔는데 현 정부는 중점 과제가 무엇인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권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경제가 30%, 리더십이 70%”라며 “국민을 상대로 간담회도 자주 열고 쌍방향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을 통해 새로운 통치 스타일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 중에선 “지난 정부에서 심화된 여야(與野) 지지층 간 정치 양극화로 인해 예전처럼 정권 초기의 허니문 효과나 지지율 고공행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것을 너무 심각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정치 양극화는 세계적 현상”이라며 “미국 갤럽 자료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18개월 동안 지지율이 41~57%였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년 임기 동안 34~49%로 박스권에 있었다”고 했다. 가 교수는 “우리나라도 당파적으로 국민이 갈린 이상 대통령 지지율이 박스권에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전(前) 정부처럼 지지율을 인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팬덤 정치, 이미지 정치 등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현 정부는 부동산 문제, 전기요금, 자영업자 회생, 북핵, 노동 개혁, 연금 개혁 등 전 정부의 ‘뒤치다꺼리’ 과제를 해결하려다 보면 지지율 상승이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인기에 연연하기보다는 긴 안목으로 인내심을 갖고 국정을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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