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오전 인천 계양구 한 호텔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서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을 제일 먼저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불체포 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 ‘자당 귀책으로 재·보궐선거 시 무공천’에 이은 한 위원장의 네 번째 정치 개혁 공약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나쁜 포퓰리즘의 정수”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인천 계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인천시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이번 총선을 계기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고 싶다”면서 ‘의원 정수 축소’를 약속했다. 한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찬성하면 바로 한다”며 “민주당이 반대하면 총선에서 승리해 그 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의원 정수는 헌법이 정한 하한인 200명 이상의 범위에서 법 개정을 통해 조정할 수 있다. 법 개정에는 과반 의석이 필요한 만큼 야당이 반대하면, 국민의힘이 4월 총선에서 승리한 다음 공직선거법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현재 47석인 비례대표부터 대폭 줄여야 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례대표를 모두 없애더라도 250석이 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 253개 지역구도 조정이 불가피하게 된다. 한 위원장은 구체적인 감축 방식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인지 차차 고민하겠다”며 “이 이야기는 저 혼자 결정한 게 아니라 윤재옥 원내대표와 상의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18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당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 정수 축소는 앞선 지도부에서도 논의됐던 정치 개혁안 가운데 하나다. 김기현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의원 정수 10%(30석) 감축을 야당에 제안한다”고 했고, ‘인요한 혁신위원회’도 지난해 11월 의원 수 10%를 감축하라는 권고안을 의결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취임사에서 ‘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일주일 사이 추가로 세 가지 정치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연일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을 향해 “이번에도 반대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정치 개혁은 정치 신인인 한 위원장이 선명성을 드러내기에 좋은 어젠다”라며 “각종 비리 의혹과 방탄 논란에 휩싸인 이재명 대표와 차별화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당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이 정치 혐오 감정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선거철 반짝 인기를 위한 떴다방식 공약으로 던진 것”이라며 “무책임하고 근저에 정치 혐오가 담겼다. 정치 혐오 부추기는 것이 한 위원장식 정치 개혁이냐”고 했다. 박용진 의원은 “50명 빼는 게 정치 혁신이면 100명 줄인다는 안철수, 200명 줄인다는 허경영은 그야말로 정치 9단이고 정치 고수냐”며 “선무당이 사람 잡듯이 정치 초보가 삼권분립을 휘청거리게 할까 두렵다”고 했다. 정의당 김준우 비대위원장은 “국회의원이 적어질수록 의원 개인의 기득권과 권력은 강해진다”며 “국민과 유권자에 대한 우롱”이라고 했다. 개혁신당(가칭)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도 “정치 혐오에 편승해서 정책을 내면 망한다”고 했다

하지만 야권 내부에서는 “긴장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치 불신과 혐오가 팽배한 상황에서 당장 의원 줄이자고 하면 반대할 사람이 많지 않다”며 “민주당이 민첩하게 바로 반대하거나 받아치기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