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국민의힘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두고 엇갈린 관측이 나왔다. 친윤계는 “탄핵소추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이 7명에서 더 늘지 않고 있으니 막판 설득을 통해 부결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친한계는 “주변에 간접적으로 입장을 내비친 의원까지 포함하면 ‘탄핵 찬성’ 의원이 최소 8명을 넘어섰기 때문에 가결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재적 의원(300명)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해야 가결되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국민의힘 의원 8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통과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부결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본회의 표결 전략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탄핵안 표결에 관한 당론에 대해서는 내일 의원총회에서 의원 108명의 뜻을 모아 최종 결정하겠다”며 “지금이 탄핵해야 할 시기인지, 검경의 수사 결과를 보고 탄핵해야 할 것인지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권 의원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친윤계가 표결 전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검경의 수사 결과가 탄핵 결과보다 빨리 나올 것이니 수사 결과를 보고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의원들을 설득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다만 한 친윤계 의원은 “’탄핵소추안 부결’에 뜻을 같이해 달라고 노력하겠지만 찬성파가 늘어나는 추세라 가결 가능성도 열어둬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친한계는 전날 원내대표 선거 등에서 나타난 국민의힘 의원 투표 결과 등을 근거로 탄핵소추안 가결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무기명투표로 이뤄진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윤계 후보 김태호 의원에게 투표한 의원이 34명인데, 이들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란 특검법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에 찬성하거나 기권한 국민의힘 의원 8명 중 상당수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도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8명 중 4명은 앞서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는데, 나머지 넷은 찬반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8명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7일 안철수·김예지 의원을 시작으로 10일 김상욱·조경태 의원, 11일 김재섭 의원, 12일 진종오·한지아 의원이 공개적으로 찬성 투표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탄핵 찬성’ 의원은 7명으로 늘었다. 여기에 더해 이날 일부 의원이 주변에 “나도 탄핵소추에 찬성할 것”이란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에선 이번 표결에 자당 의원이 얼마나 참여할지를 주시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다수파인 친윤계가 14일 표결 직전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일주일 전 1차 표결 때처럼 ‘탄핵 반대’와 ‘표결 불참’을 거듭 당론으로 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표결 불참’ 당론이 정해지더라도 이를 어기고 표결에 참여하는 의원이 많아진다면, 탄핵소추안 표결 이후 친윤계와 친한계 간 세력 싸움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탄핵에 반대하는 5선 윤상현 의원과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초선 김상욱 의원은 이날 약 8분 동안 노상 설전을 벌였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 본관 입구 앞에서 ‘탄핵 찬성’ 1인 시위를 하는 김 의원에게 다가가 “민주당의 선동에 내몰려서 쫓기다시피 다 순응하는데 나는 절대 순응 안 한다”며 “헌법재판소 선고가 나올 때까지 내란죄라는 것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는 게 우리 의원들이 가져야 할 자세라고 본다”고 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만 가지고도 이미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제 입장에서는 보수의 배신자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