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진행하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선고 시점을 조만간 발표할 전망이다. /장련성 기자

여야 지도부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뒤에선 상대 진영을 향해 “진정성이 있냐”면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변호인단을 통해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의사를 전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12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윤·이 두 사람이 직접적·공식적으로 승복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양당이 상대를 향해서는 “진짜 승복할지 믿기 어렵다”며 트집 잡기식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선 “헌재의 탄핵 선고 이후 국민 분열과 갈등을 막아야 할 양당이 치졸한 정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양인성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당 회의에서 “탄핵이 기각될 경우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선동도 하는데, 민주당은 이런 자세를 버리고 한시라도 빨리 헌재의 결정에 승복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 선고에 대해 과연 승복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에게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게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이재명 대표가 공개적으로 명확하게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는 것은 결국 헌재를 향한 겁박을 하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투톱’이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 승복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라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헌재 결정 승복’ 입장과 관련해 “제발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동안 헌법재판관 인신 공격과 헌재를 겁박한 행위에 대해 우선 사과하고, 최상목 부총리(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즉각 임명하라고 하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에는 “헌재 판단 존중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면서, 국민의힘의 승복 입장에 대해서는 “행동으로 하는지 지켜봐야겠다”고 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승복을 약속할 진짜 당사자는 윤석열이다. 자기 살고, 김건희 살리자고 이 난리를 만든 당사자 아니냐”며 윤 대통령이 직접 승복을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양당은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상대 당의 공식 입장 발표를 거듭 요구하면서도 자기 진영의 수장(首長) 격인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향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윤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 소속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달 19일 “헌재 결과에 대통령이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고 했는데, 윤 대통령이 직접 승복 여부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이 대표도 지난 12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헌재 결정에) 승복은 당연히 해야죠”라고 했는데, 공식 석상에서 승복 관련 메시지를 낸 적은 없다.

이와 관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승복 입장 표명과 관련한 기자들 질문에 “그 부분은 윤 대통령이 알아서 판단할 거라고 본다”고 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헌재 결정을 따르고, 존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했지만, 이 회의에 참석한 이 대표는 승복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양당의 일부 강경파 의원은 헌재 결정에 불복을 시사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경북 구미 탄핵 반대 집회에서 “반드시 이 사기 탄핵을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우리도 독립군 선배들처럼 목숨 걸고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서울 광화문 탄핵 찬성 집회에 나와 “탄핵 기각은 대통령 마음대로 계엄 선포해도 괜찮고 대통령을 비판하면 누구든 체포해서 살해해도 괜찮다는 면허를 주는 것”이라며 “테러가 난무하는 후진 독재 국가로 가는 지름길, 대한민국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