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8명이 4명씩 두 조로 나눠 19일과 20일 각각 첫 토론회를 했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토론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각종 여론조사상 국민의힘 경선은 김문수·한동훈·홍준표(가나다순) 후보의 3강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그 뒤를 나경원·안철수 후보가 추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강 진입의 마지막 티켓을 두고 경합하는 나·안 후보는 토론회에서 같은 조에 속한 유력 후보를 향해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국민의힘은 21~22일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 22일 오후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는 1차 예비 경선(컷오프) 결과를 발표한다.
20일 열린 B조 토론은 ‘탄핵 찬성파’인 한동훈 후보와 ‘탄핵 반대파’인 나경원·이철우·홍준표 후보의 1대3 구도로 진행됐다.
◇“내가 李 꺾을 후보" 국힘 뜨거운 4강 경쟁… 흥행은 아쉬워
한 후보는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고 해도 비상계엄은 불법이라고 봤기 때문에 앞장서서 막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탄핵 반대파’ 후보들을 향해 “계엄은 반대하지만 경미한 과오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는 계엄 옹호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국민이) 108명 국회의원을 준 것은 ‘탄핵을 하지 말라’ ‘대통령을 지키라’는 얘기인데, 왜 경솔하게 탄핵에 들어갔느냐”며 “한 후보가 우리 당 후보로 나온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했다. 나 후보도 “한 후보가 그 당시 ‘대통령이 내란을 자백했다’고 하면서 내란 몰이 탄핵을 선동한 것 때문에 결국 이 지경을 만들었다”고 했다. 홍 후보도 “(비상계엄은) 실질적으로 피해가 없었다. 2시간의 해프닝이었다”고 했다.
나 후보는 토론에서 한 후보에게 “보수 통합을 위해 이번에 대통령 후보는 그만두고 헌신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나 후보는 홍 후보에게 “우리 당 게시판 논란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했다. 한 후보 가족이 지난해 온라인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는 의혹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홍 후보는 “경찰에서 결론을 거의 낸 것으로 안다”며 “(어떤 결론인지는) 지금 말 못 하겠다. 여기 당사자가 있는 것 같으니까”라고 했다.
후보들은 토론에서 “내가 이재명을 꺾을 후보”라고 했다. 홍 후보는 토론 전반부에는 한 후보에게 “옛날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좋아한다”며 공세를 자제했다. 하지만 후반부가 되자 “내가 정치 대선배니까 어떤 말을 하더라도 고깝게 듣지 말라”며 “‘청년의꿈(홍 후보 지지 커뮤니티)’에서 질문해 보라고 해서 한다. 키도 큰데 뭐 하려고 키높이 구두를 신느냐”고 했다. 한 후보는 “그런 질문 하는 것 보니 (질문한 사람이) 청년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홍 후보가 이어 “생머리냐, 보정 속옷을 입었느냐는 이 질문도 (있지만) 유치해서 안 하겠다”고 하자, 한 후보는 “유치하시네요”라고 맞받았다. 홍 후보는 “배신자 프레임은 어떻게 벗어나겠느냐”고 했고, 한 후보는 “나는 국민을 배반하지 않으려고 계엄을 저지했다”고 했다. 한 후보는 이날 밤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토론회에서) 황당하거나 무례한 질문, 희한한 공격이 예상됐다”며 “저는 큰 정치를 하러 나온 거니 참아내겠다”고 했다.
19일 열린 A조 토론회에서는 안철수·김문수 후보가 공방을 벌였다. 안 후보는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다. 탄핵 이후 국무위원으로서 사과했느냐”며 “민주당이 우리를 계엄 옹호당이라 하는 것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을 옹호한 적이 없다”며 “다만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정에 대해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했다. 안 후보는 김 후보에게 “지도자는 전문가 중 내가 원하는 방향의 전문가가 누군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며 “AI 잘 모르시죠”라고 묻기도 했다. 김 후보는 “안 후보만큼 모르지만, 챗GPT 등도 쓰고 있다”고 했다.
조가 달라 토론에서 만나지 않았던 나경원·안철수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장외 설전을 벌였다. 안 후보가 김문수·나경원·홍준표 후보를 향해 “만약 여전히 전광훈 목사의 생각을 따르고, 그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겠다면, 전광훈당으로 가서 경선을 치르라”고 했다. 그러자 나 후보는 “대선 때마다 이 당 저 당 다니면서 출마한 분이 위기의 순간마다 분열의 씨앗을 뿌리고, 내부 총질로 경선 판을 흐리고 분열을 획책하려는 저의가 개탄스럽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주말에 진행된 토론회를 두고 “중도 확장성 등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은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이 경선에 불참해 흥행이 아쉽다”는 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