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껏 하세요! 좀!” 12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성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추 장관이 야당의원의 질의가 끝나기도 전에 설전을 벌이자 여당(與黨) 소속인 정 위원장까지 나선 것이다.
‘아군(我軍)’인 여당 의원 지적에 추 장관이 놀란 듯 위원장석을 노려봤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다른 거 말씀하시지 마시고 질문 다 들으신 다음에 답변해 달라. 그렇게 해주세요 좀!”이라면서 재차 주의를 줬다. 추 장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만! 질문 자체가 모욕적이거나 도발적이거나 근거가 없을 경우 위원장께서 제재를 해주시기 바란다”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정 의원은 “그렇지 않다. 그런 (도발적인)질문은 없었다”면서 도리어 야당 편에 섰다.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이 “법무부가 특수활동비를 직원 격려금으로 일괄 지급한 적 있느냐”고 질의한 것이 발단이었다. 추 장관은 질의를 도중에 끊고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돈봉투 사건 이후 그렇게 지급되는 것은 한 푼도 없다”면서 격하게 반응했다. “질문이 도발적이고 모욕적”이라고도 했다.
이처럼 추 장관이 격앙된 목소리로 박 의원의 질의 도중에 끼어드는 일이 반복되자 정 위원장이 “정도껏 하라”고 제지에 나선 것이다. 박 의원도 “특활비가 직원 격려금으로 지급된 적 있느냐고 물었는데 그것이 모욕적입니까”하면서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추 장관은 분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예결위 회의에서 추 장관과 야당의원들은 언성을 높이는 장면이 반복해서 나왔다. 박 의원은 앞서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지율 상승의 1등 공신”이라면서 “이렇게 지지율 올려놓으시고 사퇴를 요구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물었다. 추 장관은 “대답해야 합니까?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다”며 “오히려 국민의힘에 변변한 후보가 없어서 지지율을 올려 놓는다는 국민여론도 있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과도 설전을 벌였다. 유 의원은 전날 국회에 출석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 8월 특활비로 직원들에게 ‘돈 봉투’를 건넸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실제 전날 유 의원은 “부임 이후 격려금 성격으로 (직원들에게 돈봉투를)나눠줬느냐”고 묻자, 심 국장은 “특활비 목적에 나누어줬다”고 했다.
그러나 추 장관은 “근거를 대주기 바란다”며 “(유 의원이)근거를 못대면 책임져야 한다.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라”고 고성을 질렀다. 유 의원이 “품위있게 (답변)하라”고 제지했지만, 추 장관은 “이 정도면 품위가 있는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