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정도껏 하세요! 좀!” 12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성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추 장관이 야당의원의 질의가 끝나기도 전에 설전을 벌이자 여당(與黨) 소속인 정 위원장까지 나선 것이다.

12일 오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에서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국민의 힘 박형수의원의 질의가 끝나기전에 답변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를 다 듣고 답변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아군(我軍)’인 여당 의원 지적에 추 장관이 놀란 듯 위원장석을 노려봤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다른 거 말씀하시지 마시고 질문 다 들으신 다음에 답변해 달라. 그렇게 해주세요 좀!”이라면서 재차 주의를 줬다. 추 장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만! 질문 자체가 모욕적이거나 도발적이거나 근거가 없을 경우 위원장께서 제재를 해주시기 바란다”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정 의원은 “그렇지 않다. 그런 (도발적인)질문은 없었다”면서 도리어 야당 편에 섰다.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이 “법무부가 특수활동비를 직원 격려금으로 일괄 지급한 적 있느냐”고 질의한 것이 발단이었다. 추 장관은 질의를 도중에 끊고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돈봉투 사건 이후 그렇게 지급되는 것은 한 푼도 없다”면서 격하게 반응했다. “질문이 도발적이고 모욕적”이라고도 했다.

정성호 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예결회의장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정기회) 제4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주재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처럼 추 장관이 격앙된 목소리로 박 의원의 질의 도중에 끼어드는 일이 반복되자 정 위원장이 “정도껏 하라”고 제지에 나선 것이다. 박 의원도 “특활비가 직원 격려금으로 지급된 적 있느냐고 물었는데 그것이 모욕적입니까”하면서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추 장관은 분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예결위 회의에서 추 장관과 야당의원들은 언성을 높이는 장면이 반복해서 나왔다. 박 의원은 앞서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지율 상승의 1등 공신”이라면서 “이렇게 지지율 올려놓으시고 사퇴를 요구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물었다. 추 장관은 “대답해야 합니까?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다”며 “오히려 국민의힘에 변변한 후보가 없어서 지지율을 올려 놓는다는 국민여론도 있다”고 맞섰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성호 예결위원장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과도 설전을 벌였다. 유 의원은 전날 국회에 출석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 8월 특활비로 직원들에게 ‘돈 봉투’를 건넸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실제 전날 유 의원은 “부임 이후 격려금 성격으로 (직원들에게 돈봉투를)나눠줬느냐”고 묻자, 심 국장은 “특활비 목적에 나누어줬다”고 했다.

그러나 추 장관은 “근거를 대주기 바란다”며 “(유 의원이)근거를 못대면 책임져야 한다.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라”고 고성을 질렀다. 유 의원이 “품위있게 (답변)하라”고 제지했지만, 추 장관은 “이 정도면 품위가 있는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