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이자 국민의힘에서 내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9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선 부산 지역 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하는 문제를 두고 다른 지역 의원들이 이견(異見)을 표출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해 국민의힘 지지 기반인 영남을 ‘갈라치기’하려는 여당의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박수영(부산 남구갑) 의원은 이날 “내일 부산 지역 국민의힘 의원 15명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공동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에는 가덕도 신공항 인허가 간소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 정부의 재정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에 앞서 선제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날 오후 국민의힘 의원총회 도중 박 의원 등의 특별법 발의 계획이 알려지자 영남권 비(非)부산 지역 의원들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경남 지역의 한 의원은 “그럴 거면 밀양 신공항 특별법도 발의해야 한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전(前) 정부 때 동남권 신공항 입지 평가에서 밀양이 가덕도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만큼, 원점에서 입지를 다시 선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신공항 문제에 대해) 당론이 정해지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의 가덕도 신공항 속도전에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들은 사분오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울산 지역 의원들은 “김해 신공항을 확장하는 원안대로 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경남 지역 의원들도 가덕도 신공항 찬성파와 김해 신공항파로 갈라지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김해나 가덕도보다 접근성이 좋은 밀양을 포함해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동남권 신공항 입지 문제와 관련해 “당내에 이견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직도 (신공항이) 어디로 간다고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총리실 검증위는 김해 신공항을 백지화한 것일 뿐 대체 부지로 가덕도를 확정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당이 가덕도 신공항 드라이브로 지역 민심을 파고드는 상황에서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갖자는 뜻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일각에선 “부산시장 보궐선거 앞두고 야당이 ‘신공항 딜레마’에 빠진 셈”이라며 “여권의 영남 분할 전술이 먹혀드는데 당 지도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