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4월 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한국공간환경학회 회원들이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변창흠 후보자,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최병두 한국도시연구소 이사장,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시절 자신과 친분이 있는 단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6일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김은혜 의원에 따르면 전임자 시절 3년간 17억원(8건)이었던 LH 수의계약 건수는 변 사장이 취임한 작년 4월을 기준으로 1년 반 만에 36억원(11건)으로 늘었다. 각각 국토연구원(8건), 한국도시연구소(1건), 미래이엔디(2건)가 수의계약으로 연구 용역을 따냈는데, 모두 변 후보자와 친분이 있는 기관이다. 특히 이들은 변 후보자가 고문으로 있던 ‘한국공간환경학회’ 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 후보자가 소장으로 재직했던 한국도시연구소는 1억9100만원의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도시연구소 최병두 이사장은 한국공간환경학회 4대 학회장 출신이다. 미래이엔디는 한국지역개발학회에서 변 후보자와 함께 활동한 백모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로, 총 9억1000만원의 연구비를 받았다.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LH와 총 25억9400만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었는데, LH가 이미 자체적으로 연구를 완료한 3기 신도시 관련 연구 용역을 중복해서 수주했다. 강현수 원장도 한국공간환경학회 9대 학회장 출신이다. 김 의원은 “LH는 3월 30일에 이미 3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을 발표해 놓고 ‘3기 신도시 주변지역 상생에 관한 연구 용역’을 국토연구원에 내년 말 기한으로 다시 줬다”고 했다. 변 후보자는 국정감사에서 “공정한 절차였다”며 “같은 학회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문제 삼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한국공간환경학회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10대 학회장을 맡았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5대 학회장을 맡았다. 변 후보자와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김수현 전 실장, 조명래 장관은 모두 서울대 환경대학원 출신이다. 학회에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출신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변 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다시 제기했다. 2017년 당시 변 사장 방에서 간부급 직원들을 정치 성향,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관계 등을 잣대로 평가한 문건이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변 후보자가 부동산을 축소 신고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왔다. 올해 3월 관보에 게재된 재산공개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강남 1주택자’다. 그런데 2006년 매입해 현재까지 거주 중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 1채(129.73㎡)의 가액을 5억9000만원으로 신고했다. 야당 관계자는 “주변 시세(15억원 이상)에 비해 낮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