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해직 교사 특혜채용 사전 지시’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작년 국회 국정감사 때는 “교육계 과거사 청산이라는 취지에서 단행했다”고 답변했던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응시자들의 역량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 ‘과거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전교조 해직 교사 합격이 미리 정해져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감사원은 전교조 해직 교사 등 5명을 내정해서 형식적인 채용에 나선 것은 불법 채용(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면서 조 교육감을 경찰에 고발했다.

2020년 10월 15일 서울시교육감 국정감사에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전교조 해직교사 특채는 교육계의 '과거사 청산' 차원이라고 말했다/.

국회 회의록을 보면 지난해 10월 15일 서울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야당 교육위원들은 전교조 해직 교사 등의 채용 배경과 관련해 조 교육감에게 질의했다. 2018년 전교조 요구에 따라 해직 교사들을 위한 ‘맞춤형 채용’을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에 조 교육감은 “일종의 교육계 과거사 청산이라는 취지로 포용의 관점에서 단행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 “사전에 채용하기로 정해놓았다면 다른 응시자를 속이는 것 아니냐”고 묻자 조 교육감은 “공적 가치 실현을 위해서 해직된 분이 있으면 (채용)하려고 그랬는데 마땅한 분이 없어서 더 못했다”고 했다. 요건에 부합하는 전교조 해직 교사가 많았다면 기존 채용 규모(5명)보다 더 뽑으려 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는 전교조 해직 교사를 특정해서 채용 지시하지 않았다는 조 교육감 입장문과 배치된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에선 조 교육감이 사전에 전교조 해직 교사들을 채용 대상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내부 증언이 다수 확보됐다. 채용 공고가 나가기 전인 2018년 11월, 부(副)교육감이 “전교조 해직 교사 특혜 채용이 알려지면 국회나 언론 등으로부터 심각한 문제 제기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자, 조 교육감이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 스스로도 “전교조 서울지부가 강력하게 요구했고, 여기에 교육청 예산·감사 권한이 있는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전교조 해직 교사들을) 채용해달라는 의견서까지 제출했기 때문에 무시하기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전교조 창립 3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조희연(왼쪽) 서울시교육감과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뉴시스·연합뉴스

또 그해 특채에선 미리 전교조 해직 교사를 사전에 배려한 정황이 드러난다. 특채 대상으로 사학(私學) 민주화, 교원 권익 확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위해 애쓴 사람 등이 명시된 것이다. 이는 전교조 활동 방향과 전반적으로 일치한다. 국회 교육위가 열람한 지원서에서 합격자 A씨는 대학 평준화 운동에 매진했다는 이력(履歷)을 기재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경험을 채용 과정에서 내세운 또 다른 합격자 B씨는 “시민단체들이 학교에 무엇을 바라는지 전달하겠다”고 했고, , C씨는 “교육 혁명을 이룰 것”이라고도 밝혔다. D씨는 “일제고사 폐지 활동 중에 해직된 교사들이 끝내 복직하고 2017년에는 일제고사마저 폐지된 것은 큰 보람”이라고 썼다.

동점자 처리 기준도 바뀌었다. 2019·2020년 서울교육청은 동점자가 나올 경우 ①교육 경력이 많은 자, ②연령이 많은 자 순으로 우선 채용했다. 그런데 전교조 해직 교사 출신들이 채용된 2018년만 동점자 처리 기준이 ①면접 전형 점수 ②서류 전형 점수 순으로 정해졌다. 심사위원들은 사전에 ‘전교조 해직 교사를 뽑기 위해 특채가 진행된다’고 인지했다는 것이 감사원 판단이다.

실제 사전에 합격이 결정됐다는 의혹에 휩싸인 전교조 해직 교사 등 5명은 나머지 지원자 12명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특히 상위 1위와 5위의 격차는 33점 이내로 좁았지만, 합격이 갈린 5위와 6위는 45점 차이가 났다. 당락을 가른 평가 영역은 ‘특별채용 적합성’이었다. 2017년까지 ‘특별채용 적합성’ 평가 영역의 반영 비율은 30%였다. 전교조 해직 교사들이 대거 채용된 이듬해 특별채용에서는 이것이 50%까지 늘어났다.

곽상도 의원은 “전교조 해직교사 재취업이 우선적으로 해결이 되어야 보통 지원자들도 취직할 수 있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