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첫 경선지인 대전·충남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54.8%로 과반 득표를 하면서 정치권에선 이 지사가 ‘대세론’을 굳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충청 지역은 이 지사에게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2위인 이낙연 전 대표와 ‘더블 스코어’로 격차를 벌리며 향후 다른 지역 경선에서도 이 같은 기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4일 대전·충남 선거 개표 결과 이 지사는 6명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54.81%를 기록했다. 2위인 이낙연 전 대표(27.41%)와는 2배 차이가 났다. 3위인 정 전 총리(7.84%), 4위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6.67%), 5위 박용진 의원(2.44%), 6위 김두관 의원(0.84%)의 득표를 모두 합쳐도 45%에 불과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지사의 압도적이 승리로 보여진다”고 했다.
이날 경선 결과의 향방은 조직 투표 성향이 강한 ‘권리당원’이 쥐고 있었다. 대전·충남 경선에 참여하는 선거인단 5만 2820명 중 권리당원이 5만 1776명(98%)이었다. 이 지사는 충청권 조직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도 과반이 넘는 55.21%를 기록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과거 ‘버스때기’ 같은 조직 동원이 어려워지면서 권리당원의 여론과 비슷하게 흘러간 것 같다”고 했다.
이 지사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변재일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속 모르는 충청 사람들 특성상 위에서 지시한다고 해서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며 “이 지사가 충청권 시장 군수를 여럿 만났는데, 다들 이 지사를 직접 만나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느끼더라”라고 했다. 다른 캠프 관계자는 “친문 강성 당원들도 결국 이 지사 손을 들어준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날 투표는 지역 순회 첫 경선지인데다, 충청 지역이 그동안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관심이 컸다. 이 지사 캠프 중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충청에서 이 지사가 압도적 표차를 보였고, 다음 주 대구·경북과 강원 지역에서 더 큰 표차로 승리하면 호남에서도 이 지사에게 몰표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될 만한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호남 특성상 이번 충청 표심이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본 것이다. 이 지사 캠프는 오는 10월 10일 투표에서 과반을 얻어 결선없이 본선 후보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지사보다 ‘충청 조직력’이 강한 이 전 대표 측은 뒤집기를 기대했지만, 이 지사 대세론의 벽을 넘지 못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투표 결과가 발표된 뒤 “오늘의 결과는 200만 선거인단 중 6만명의 선택”이라며 “앞으로 갈길이 많아 최선을 다하겠다. 부족함을 메꾸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어떤 점이 제일 아쉽냐’, ‘남은 경선을 어떻게 치를 것이냐’, ‘어떤 부족함을 메꾸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답변을 반복한 채 현장을 떠났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측은 민주당 전통적 텃밭인 호남에서 결정적 뒤집기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호남 출신 이 전 대표는 전남도지사를 지냈고, 지난해 서울 종로구에서 당선되기 이전 줄곧 호남에서 5선을 했다. 이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이번 대선에서야 말로 ‘호남 대통령’이 나와줘야 한다는 민심이 크기 때문에 지지율은 막판까지도 널뛰기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